어린이집에서 공부를 많이 시키는 이유

저희 동네는 지방인데도 불구하고 동네에 어린이집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서울 사람들은 딱 1명만 낳는다고 하는데, 여기는 둘이 기본이고 셋을 기르는 집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어린이집이 좁은 지역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아이들 유치 경쟁도 치열합니다.
가끔 동네아이들이 새로운 어린이집 가방을 매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요, 이는 엄마들이 어린이집이 마음에 안들면 그냥 바꿔버리는 경향 때문인 듯 싶습니다.

특히, 공부를 많이 안시키면 엄마들이 싫어하나 봅니다.


학부모들의 보이지 않는 압력

5세 첫째아이와 3세 둘째아이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지방이라 넓은 어린이집 놀이터, 직접 농사짓는 텃밭, 수유 후 24시간 내에 먹는 산양우유, 적당한 야외 체험학습.
요기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너무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 같습니다.
한글은 당연히 기본, 영어단어로 공부 그리고 산수공부.
거기에 거의 매일 매일 받아오는 숙제들.

공부를 많이 시키지 않으면 엄마들이 싫어하나 봅니다.
공부를 더 많이 시키는 어린이집으로 전학시켜 버리는 것 같습니다.


한자까지 배우는 5세 아이들

게다가 며칠전, 아이가 보드칠판에 한자를 쓰고 있습니다.
입구, 털모, 나무목, 쇠금, 어미모....제법 비슷하게 씁니다^^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언제부터 한자 배우기 시작했니?"
"응.....저번부터"

한글을 쓸 때에도 종종 틀린 부분이 많은데, 거기에 한자까지 배우고 있다니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학부모들 면담할 때 "저희는 5세반 아이들, 한자공부도 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홍보하지 않나 싶습니다.


학교가선 뭘 공부해야할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한글, 영어, 한자, 수학까지 다 배우면 초등학교 가서는 뭘 배우나?"

아이들은 뛰어노는 것이 본업인데, 어린이집에서 이 본업을 너무 무시하고 공부만 시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학부모들의 닥달로 영어수업, 한자수업, 산수수업은 열심히 하지만, 정작 인성교육이나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소위 유아 왕따까지 등장

오늘 뉴스에서 첫째 아이와 동갑인 5세 아이가 유치원에서 왕따를 당하고 정신과 심리치료를 받는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집단 따돌림인 왕따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까지 생기나 봅니다.

소위 '유아 왕따'.

친구에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은 죄로, 여러 친구들한테 거짓말쟁이라고 놀림을 심하게 당했나 봅니다.
이 아이는 밤에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소변마저도 제대로 못가리는 지경에 빠졌고, 급기야는 틱장애 증상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내자식이나 남의 자식이나, 어린이집에서 공부가 아닌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믿음이 더더욱 확고집니다.


어린이집 숙제를 들여다보면

첫째 5세 아이는 요즘 어린이집에서 숙제를 가져 옵니다.
지난 주까지는 "대한민국 우리나라", 이렇게 한글 두단어를 10줄 공책에 10번 써가는 것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숙제장을 보니 산수문제가 있더군요.
"6 + 9 = ?, 4 + 7 = ?" 요런 문제가 10개 있더군요.

아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엄마랑 동화책 읽느라, 가끔 일찍 잠이 들어버려 숙제를 해가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꼭 어린이집 숙제가 이렇게 공부 일변도일 필요가 있을까?

"엄마가 좋은 점 10가지"
"아빠가 좋은 점 10가지"
"동생을 도와 줄 것 5가지"

이런 숙제를 내주면, 또 학부모들이 숙제가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 놓을까요?

주위에 인성교육을 많이 하는 어린이집이 있는데, 다른 이유로 대기자가 많다고 하네요.

우리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어울리고,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배우고, 감자밭, 고구마밭 등 체험학습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요?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어른이 되어서까지 신물나게 해야 됩니다. 이 치열한 경쟁사회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