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교육이야기

8살에 500시간의 영어수업에 내몰리는 아이들

71년생 권진검 2012. 6.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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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학교에 입학해서 학교에서 영어수업을 처음 들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5여년 전, 1990년대 중반 국민학교 3학년부터 영어수업을 한다는 것을 가지고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종이신문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세계화시대에 걸맞는 작품이다....아니다..애들 정신병 걸릴지도 모른다....치열한 공방 끝에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수업을 받기 시작했죠.

25년이 지난 지금은 초등학교의 상황은 어떨까요?

 

 

사립 초등학교 1, 2학년 1년에 500시간 영어수업

공립 초등학교는 1, 2학년 때 영어수업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내 일부 사립 초등학교에서는 1, 2학년을 상대로 1년에 500시간을 육박하는 영어수업을 소화해 낸다고 합니다.

규정상 1~2학년 때 영어수업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할 수 없기 때문에 창의적 체험활동시간을 송두리째 영어몰입수업으로 몰아간다고 합니다.

초1때 영어 500문장을 외우게 하고, 주기적으로 영어단어 시험을 보고, 펠트네 토익브릿지내 하는 영어평가시험도 주기적으로 치른다고 합니다.

일부 사립초의 경우에는 수학, 과학, 사회 등을 영어와 국어, 이중언어로 미국 교과서로 영어몰입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초1에 시작한 영어단어 외우기 강제학습은 초6에 이르러서 고3 수준의 영어단어를 외우고 시험을 치른다고 합니다.

 

 

공립 초등학교 학생들은?

사립 초등학교와는 달리 1~2학년 때에는 학교에서 영어수업을 안하니...학원으로 내몰린다고 합니다.

어떤 부모가 옆집 자식은 학교에서 영어몰입수업을 하는데, 자기 자식에게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하겠습니까?

대한민국 교육 전반을 좌지우지 하는 초등교육의 과잉목표가 이후의 모든 교육정책을 도미노처럼 쓸어버리는 현상입니다.

지방아이들은 어떻게 하나...섬마을 아이들은...이라는 교육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나친 사립 초등학교의 영어수업에 교과부는 이런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은 학교에 자율성을 주는 교육과정이라 제재가 힘들다. 이런 틈새를 영어수업으로 연간 400시간 넘게 채우는 학교를 확인했으나......열심히 실태조사해서 지도할 계획이다"

사립학교장들은 이런 변명을 합니다.

"에휴..학부모들의 요구로 하는 겁니다. 안하면...돌맞습니다"

 

 

100만원을 더 벌면 영어점수 3점이 더 올라간다고 합니다.

영어유치원 10개가 생기면 반드시 어린이 정신과가 1개가 생긴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요지부동입니다.

아빠가 100만원을 더 벌면 아이의 영어점수가 3점이 올라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돈으로 틀어막는데는 영어과목이 최고라고 합니다.

사교육비 20조 가운데 6조원이 영어사교육에 투입된다고 합니다.

초등부터 시작된 자본의 원리는 대입, 취업까지 이어지면 교육 불평등, 교육 양극화, 기득권의 대물림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선행학습 방지법이라는 법률

일부 학부모단체는 선행학습 방지법을 제정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사립 초등이 견인하고, 불안한 공립 초등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파행적인 영어몰입교육으로 초등교육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대안으로 생각해 낸, 웃지도 울지도 못할 법률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일부 사립 초등학교 학부모의 압력 때문에.....이러한 파행적인 영어수업이 자행되고 이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힘들어지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공교육의 잘못도 크죠.

교육당국이 영어공교육을 재정비하고, 공평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가 공교육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부모와 학교의 강압으로 너무 일찍 학과목에 대한 취미를 잃고, 학교 교육에 부정적인 태도가 굳어지지는 않을지.....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심각한 지경까지 이르지나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겨우 8살에....중1수준의 단어를 외우고 영어단어 시험을 치르고, 영어문장 500개를 외우고, 영어이야기 6편을 통째로 암기하고, 한달에 4권의 영어책을 의무적으로 읽어야 한다면.....돌지 않을 아이가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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