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외국이야기

캐나다 파티에서 합석했던 동성애커플의 여유

71년생 권진검 2012. 7.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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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도 더 지난 것 같습니다.

처음 아내와 함께 캐나다에서 신혼생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위 말하는 '진짜 파티' 에 한번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의 회사에서 주관하는 서양식 파티.

한국사람이라고는 아내와 저와 단둘뿐.

영화에 나오는......식사 전에...서서...와인잔 들고.....고개 끄떡끄떡 거리는 그런 오지지널 파티였습니다.

얼마나 어색하던지....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빨리 밥먹으러...앉았으면 좋겠다'....와인잔 들고 아내가 해주는 통역속에 서있는 내모습이 너무 시골 촌띠기처럼 느껴졌죠.

 

 

이윽고, 착석하고 식사를 할 시간이 되었죠.

세상에 태어나서 중국사람이 그렇게 반가워 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 테이블에 중국인 커플이 앉아 있었는데....동양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부둥켜 안고 싶더라구요^^

그런데........왠 남자 둘이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남자...여자..남자..여자...남자..여자.......인데.......그 다음이 남자...남자?

아내가 제가 남편이라며 넥타이를 메고 정장을 한 백인에게 소개를 하더라구요.

로펌에 있는 많은 변호사 중에 하나였습니다.

나이스 뚜...미츄유...^^

그리고 그 백인 변호사가 자기 파트너를 소개시켜주더라구요.

머리는 파머에....상의를 쫄티에.....바지는 나팔바지의.....스페인풍의 남자였습니다.

 

 

동성애커플이었죠.

백인 변호사의 파트너는 캐나다에서 유명한 피겨스케이팅 선수였습니다.

악수를 하고....빙 둘러 앉아서....식사와 간단한 술 한잔을 나누었습니다.

아놔.....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아내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더라구요^^

묘한....생각....아...내가...지금...어디에 있는 걸까?......

캐나다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아서..안 그래도 이것저것 어색하고 낯선 것들로 가득했는데....동성애커플과의 합석.

그것도 주류사회의 남자 변호사와....유명한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커플이라....

자꾸...힐긋힐긋 쳐다보게 되더라구요.

그러나....수십명이 모여서 파티를 즐기는 그 모든 구성원과 파트너들 중 유독 저만 이상한 야릇한 생각과....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이었다면......음....

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다정해 보이는 사랑스러운 커플이었죠.

좌불안석의 저와는 달리, 그들은 주위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의 대화를 속삭이더라구요.

 

 

앞선 포스팅에서 말씀드린대로..동성애자들이 캐나다 군에서는 남녀 군복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부대에서 성전환수술 비용도 지원한다고도 하고요.

적어도 제가 경험한 캐나다 사회는....넥타이를 메고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다니건,

유모차를 끌면서 엄마가 담배를 피우건, 시내 한복판에 남녀 거지커플이 나란히 이불을 덮고 누워서 구걸을 하건,

엄청나게 뚱뚱한 사람이 지나가도....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초고도 비만인 경우, 우리나라는 집을 나서자마자 골목에서부터 따가운 눈총과 손가락질을 당하고......버스 요금을 2배를 내라는 뼈아픈 농담을 듣기도 합니다.

얼마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너희 나라로 가라!!" 라고 말하는 한국학생들의 말에...정체성으로 심하게 고통받는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우린 너무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의 소수자에게 마구 손가락질을 하거나...불쌍하게 쳐다보거나....무시하기 일쑤죠. 

6살 첫째가 얼마 전 동화책을 한권 어린이집에서 가져왔습니다.

 

 

제목은 '모든 흑인들의 꿈을 이루다'.....

책 뒷면에는 이런 설명이 쓰여져 있네요.

"......덕분에 많은 이들이 피부색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소중하고 평등하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싸웠던 나는 누구일까요?"

우리 아이들이 먼 훗날 "마틴 루터킹" 이 아닌....."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라고 대답할 그날을 조심스럽게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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