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
아랫동네에 사는 관계로 하루 건너 전어를 먹고 있습니다.
서울에 살 때에는 한번도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이곳 아랫동네로 이주해 작년에 처음 먹어보았는데, 그 맛이 일품입니다.
가을 전어를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왔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난히 은빛으로 빛나는 가을전어, 올해는 풍년으로 작년보다 가격이 무척이나 싸졌다고 하네요.
동네 분위기로 봐서, 올해 가을은 전어에서 시작해서 전어로 끝날 듯 싶습니다.
가을 전어 맛있게 먹는 법, 뭐 비법이 따로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녁시간, 단골로 팀을 이뤄서 가는 식당에서는 메인 디쉬가 전어회입니다.
일본사람들은 전어를 사시미회로 떠서 스시를 만들어 먹는답니다.
잔뼈가 유난히도 많은 전어를 회를 떠서 먹는 특이한 식문화와는 달리, 우리는 내장과 머리를 제거하고 그냥 투박한 칼로 탁탁탁하고 빗살모양으로 썰어서 먹습니다.
또한, 우리는 전어를 잡아서 팔팔 뛸 때 바로 잡아서 회로 먹는 활어회 문화이지만, 일본 사람들은 전어를 광어회 잡듯이 가시를 발라 식초와 소금으로 3~4일간 숙성해서 먹는 숙성회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전어를 먹을 때 나는 약간의 기분 좋은 비린내가 일본의 숙성 전어회에서는 없다고 하네요.
손재주 있는 분들은 식초와 소금으로 며칠 숙성시켜서 드시면, 깔끔한 일본식 전어맛을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신선한 고등어 스시까지 먹어봤는데...전어스시를 한번 경험할 날을 기대합니다^^
고소하고 단백한 전어회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초장보다는 와사미 간장에 먹으면 더욱 좋습니다.
일본사람들이 기절을 하는 풍경이 회를 상추에 싸먹는 한국인의 모습이라지만, 우린 쌈문화의 대국.
청양고추, 마늘, 쌈장에 상추, 깻잎, 무순까지 넘어서 한쌈 먹으면......죽여줍니다~
다만, 저는 전어회 그 자체의 고소함 그대로 느끼기 위해서 절대로 쌈을 싸서 먹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내장과 머리를 제거한 전어를 썰지 않고 통째로 회로 드시는 분도 있습니다.
전 잘게 썬 전어회가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 더욱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굽는 냄새.
냄새 정말 좋습니다.
노릇노릇 구워진 전어 한마리를 집어들면 부자가 된 기분이죠.
얼마전까지 일반 생선살 뜯듯이 살만 발라 먹었다가, 이젠 지대로 전어구이 먹는법.....머리부터 통째로 내장까지 다 씹어먹습니다.
맛이 일품이죠.
옆에서 전어구이 살 발라먹는 6살 첫째 아이의 모습에서 행복함을 두배로 느낍니다^
바베큐처럼 석쇠에 구우면 제일 맛있다고 하는데, 일반 가정에서는 후라이팬을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저희 팀이 자주가는 단골식당에서는 아예 기름 속에 깊이 담가 튀겨서 줍니다.
요즘 가을 전어가 풍년이라서, 전어회를 시키면 사람수 대로 전어구이가 서비스로 나옵니다.
전어구이 맛에 인심까지 훈훈해서 이야기 꽃이 피는 술자리는 초록의 소주병으로 수를 놓습니다~
얼마전, 성당의 사목회에서 월례회의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무슨 홍어회 무침인가 했는데, 전어회무침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전국의 공통의 무침맛에 묻혀있는 전어회의 맛이 고소하니...일품이었습니다.
각종 야채와 버무려져서 빛나는 붉은색을 한 전어회무침.
날로 먹는 전어회, 왕소금 뿌려서 먹는 전어구이와는 또 다른 별미로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하게 날라든 공기밥과 큰 비빔밥 사발.
앗싸....전어회무침도 그냥 먹고, 뜨끈한 흰쌀밥에 참기름 한번 돌려버리고 전어회무침을 젓가락으로 뜸뿍 넣고 오른속으로 왼손으로 비벼먹는 전어회덮밥.
숟가락으로 비비면 안됩니다.
젓가락으로 비벼야 밥알이 깨지지 않고 맛있는...완전한 전어회덮밥을 느낄 수 있죠.
요즘 아파트 앞의 식당골목의 수족관에는 온통 은빛 전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조만간, 전남 보성으로 전어먹으러 간다는 움직임이 있는데, 올해 가을은 전어로 시작해서 전어로 끝날 것 같습니다^^
전어는 봄과 여름 사이에 산란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기름기가 빠져서 살이 퍽퍽하다고 하죠.
산란기가 끝나는 8월 중순, 그것도 9월과 10월 사이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 몸에 영양분을 저장해 두기 때문에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전어가 희생(?)해 줌으로써 우리는 이런 가을전어의 영양분을 훔치고, 전어맛의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죠.
음식에도 다 때가 있는 법이죠.
전어는 단백질이 분해되어 생긴 클루타민산과 핵산이 많기 때문에 두뇌와 간에 좋다고 합니다.
술자리의 아빠 간에게도, 옆에 따라 나선 6살, 4살 아이들의 두뇌에도 좋다는 것이죠.
작게 썰어진 전어회를 오물오물 먹고, 통째로 구이전어 한마리 들고 씨름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전어맛을 한층 더 돋구어줍니다.
또 우리 몸에 짱이라는 불포화지방산인 DHA, EPA 등이 들어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전어를 씹으면 잔뼈가 무척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뼈채 먹기에 인, 칼슘 등을 다량 섭취할 수 있기에, 아이들의 뼈성장, 어른들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습니다.
전어는 일반회와 달리 껍질채 그냥 회로 썰죠.
그 껍질에는 비타민 B계열의 성분이 많이 들어가있다고 합니다.
다소 징그러워 보이지만, 다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마지막, 동의보감에는 전어가 위장을 보호하고 장을 깨끗하게 해주고 소변기능에 도움을 준다고 적혔습니다.
온몸이 잘 붓고, 팔다리가 무거우며 장이 안좋고 소화불량인 사람에게 권장하고 있습니다.
어쩐지....전어를 먹고 난 다음날에는 유난히 화장실 뒤끝이 개운한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쯤 더 아랫동네로 가을 전어여행을 떠나게 될 지 무척 기다려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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