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정치이야기

박근혜의 추석 트라우마는 계속될 것인가?

71년생 권진검 2012. 9. 2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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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로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지만, 추석민심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지난 2007년 당시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추석을 기점으로 이명박 후보가 치고 나감으로써 박근혜 후보로 딪고 청와대에 무혈입성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까지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에 대한 사과가 진정으로 용기있는 행동이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지금, 박근혜 후보는 철통같았던 지지율과의 싸움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에게는 또 다시 5년 후라는 시나리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

그는 2007년으로부터 5년 후인 지금 역시 추석의 고비를 못넘기고 대권의 꿈을 남의 잔치로 끝낼 수밖에 없을까요?

 

새내기 전준길 전의원....친박의 오른팔 김재원...그리고 홍사덕 전 위원장

 

 

80년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그는 무척이나 힘든 정신적 번뇌로 많은 시간을 힘들게 보냈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하루만에 사퇴한 취중 막말의 최측근 김재원 의원이 이런 뉘앙스의 말을 취중에 기자들에게 합니다.

....박근혜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다. 어느 자식이 불명예스럽게 얼룩진 선친에 대한 평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의 과거사 관련 진정어린 사과는 베드로가 예수 그리스도를 배반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심정일 것이다....

이런 다소 反朴성 발언은 기자들로 하여금 묘한 기사를 쓸 빌미를 제공했고, 이에 분개한 김재원 의원은 취중에 기자들을 향해...안철수 불출마 협박 사건의 전준길 전 공보위원과 같은 협박을 하며 병신XX라며 욕을 퍼붓었습니다.

"너희들이 기자가 맞냐? 너희들이 보고하는 것은 내가 다 안다"

김재원 새 대변인 내정자는 취중에 이성을 잃은 것에 대해 석고대죄를 하는 사과를 했지만, 하루 아침에 박근혜의 오른팔이 떨어져 나가는 상황을 맞았고, 박근혜의 왼팔이자 입에 해당하는 신임 새누리당 대선 공보단 이정현 공보단장은 바로 박근혜의 오른팔을 찍어 냅니다.

"그냥 잘 모르는 의원의 말, 이런 정도입니다"

 

 

최근, 박근혜 후보를 위해서라면 김재원 의원을 가르키며 저런 사람은 TV토론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우스겟소리로 아내에게 정치적 논평을 하곤 했는데, 역시 박근혜의 복심인 이정현 단장을 빼고는 아무도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의 옥좌에 올려놓을 사람은 없는 듯 싶은 씁쓸한 상황이었죠.

하루만에 사퇴한 김재원 신임 대변인 내정자는 이정현 단장과 함께 박근혜 후보와 거의 트라이앵글 프레임을 이루던 측근 중에 최측근이었습니다.

아웃사이더 전준길 전 공보위원처럼 하루만에 사퇴하는 모습에서...그것도 똑같이 취중에 물의를 일으키는 박근혜의 오른팔 김재원 의원을 보며.....또한, 파이가 커지니까 나중에 나누어 먹을 것들이 많아서 좋을 것이라는 친박 좌장 홍사덕 위원장의 뇌물사건으로 인한 탈당을 보면서.....아..박근혜....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어제 저녁, 족발에 소주를 한잔 먹으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웃고 있겠다"

이재오, 정두언 등 최정예 부대로 어설픈 김재원-이정현 라인을 이겨내고 일사분란한 6인회의 호흡까지 겸장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청와대의 옥쇄를 선사했던 소위 이명박 캠프의 요원들이,

"대한민국 대통령?  한번 해봐라....박근혜? 지금 이런 오합지졸로는 어림도 없다......"

이런다는 것이죠.

 

박근혜가 정말 정치를 시작한 이유?

 

 

막말논란으로 하루만에 사퇴한 김재원 대변인의 말처럼 박근혜 후보는 정말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정치를 시작했을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는.

그냥 우연히 18년동안의 칩거생활에 큰 활력소이자 계기가 되어 정치를 시작했고, 나중에 이런 담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버지가 흉탄에 쓰러지고, 하늘아래 고아가 된 박근혜 후보가 10.26 사태가 벌어진 후 얼마 안되어 시중의 한 호텔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낯익은 인사에게 환하게 웃으며 박근혜 후보가 꾸벅 인사를 했습니다.

그 인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자의 종말을 맞이했다는 식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박근혜 후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박근혜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수많은 유신시절 수혜자들의 비상식적인 배신의 물결들이 자신을 괴롭혔다고 고백하곤 했습니다.

박근혜의 '원칙과 신뢰' 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정치에 입문하고 대통령이 길이 보이면서, 김재원 전 대변인이 말한 것처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해 한줌에 재가 될 지언정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 것으로 판단됩니다.

유신시절의 아버지 수하들의 이런 말바꾸기, 변절에 대한 반발로 뼈속까지 체득한 정치적 논리가 바로 '원칙과 신뢰' 인 셈이죠.

이는 며칠 전까지 박근혜 후보에게 큰 정치적 자산이자, 혹시 대통령이 된다면 일등공신에 해당하는 캐치프레이즈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를 부정하는 과거사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박근혜 후보를 절대신앙처럼 여기는 경북의 TK에서는 피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왜...사과를 해야만 하는가? 우리가 누구 덕이 이렇게 호위호식을 하고 사는데...

강경보수파들의 예견된 실망속에서도 박근혜 후보는 헌법을 유린한 아버지의 과오를 인정하는 심장을 찢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야 맙니다.

도대체...지지율...그리고 추석트라우마가 뭐길래..

5년전 추석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12월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사과에 이은 추가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어차피 5년전 함께 했던 친박 최측근들은 모두 실기하고 이제 이정현 단장만 남았습니다.

지지율이 추락한 박근혜 후보의 추석트라우마를 비웃는 듯 자전거 전국일주로 이명박 대통령이 이룬 4대강을 시찰하겠다는 박근혜의 생명줄에 해당할지도 모를 이재오 의원.

어쩌면 박근혜 대신 후보자리에 앉혀놓으면 文과 安과 못지 않게 참신해 보이는 남경필 의원.

그리고 쓴소리 했다고 내친 유승민 의원과 그래도 한때는 경제과목 과외교사였던 이한구 원내대표.

모두 끌어 안아야 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대세론이 무색하게 2번이나 패배했던 이회창 후보를 두고 이런 뒷담화가 있습니다.

"이회창....이회창만 아니였으면.....그가 아니고 그 어떤 허수아비를 내세웠어도 무조건 이긴 게임이었는데.."

정치적 논쟁으로 가족, 친구들사이에 주먹다짐이 일어날 법한 이번 추석.

박근혜 후보는 집에서 푹 쉬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진심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이 필요할 듯 합니다.

실패한 인사정책, 별로 차별화되지 않는 정책공약, 아버지를 부정한 쓰라린 자기고백.

대선주자들이 꼭 읽어봐야 한다고 제가 소개한 로버트 그린의 '전쟁의 기술' 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2012/09/11 - [명랑한정치이야기] - 절대로 적이 읽으면 안될 책, 전쟁의 기술

 

"단점을 보완하기보다...장점을 극대화하라..."

 

 

특히 단기전에서는 더더욱 확실한 승리의 명제입니다.

나름, 국민의 열망에 전장에 뛰어 들어, 잘 못할지 모르겠지만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진심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안철수 후보.

스스로 운명이라고 받아들면서 그 무거운 친노라는...노무현이란 십자가를 등에 지고 결코 내려놓지 않으면서, 용광로 선대위, 남북한 민족대통합을 이루겠다는 문재인 후보.

그리고, 단점을 보완하려고 애쓰는 박근혜 후보.

박근혜 후보는 추석을 너무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국민에게 자신있게 선보이는 공격적인 모습으로 이번 대선에 임해야만 합니다.

향후 새누리당에서 지난 이회창 후보처럼, 박근혜만 아니면 이길 수 있다는 후보교체론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말이죠.

과감하게...

"제가 무엇을 더 사과할까요? 진심으로 모르겠습니다. 다만, 정수장학회 환원 특별위원회 만들겠습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영남대, 부산일보, MBC에서 보이는 의문점도 해결하겠습니다.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를 제가 이끌겠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여러분께 머리를 숙여 그간 도도함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그러나, 정말 저는 대통령이 되면 잘할 수 있습니다. 정말 한번 하고 싶습니다. 저의 원칙과 신뢰, 장점에 한번 눈길을 주세요" 하고 눈물을 한번 흘리는 것은 어떨까요?

누가 왕....대통령 제도를 만들어 사람들은 이렇게 힘들게 하나요?

차라리 객관식 문제 많이 맞추는 시험 성적으로 뽑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참 재미난 대선이 아닐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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