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교육이야기

장애인의 날, 나머지 364일도 오늘처럼 배려한다.

71년생 권진검 2015. 4. 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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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오늘은 35주년 장애인의 날입니다.

매년 365일 중 하루, 장애인에 대한 모든 관심이 쏟아지지만, 나머지 364일은 장애인들에게는 서러운 나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국가가 거행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는 얼마나 또 들썩들썩할까요?

장애인의 날, 하루만이 아니라 나머지 364일도 장애인들을 배려하는 그런 성숙한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도의 산업화 성장, 장애인을 배려하지 못했다.

초고속 스피드 산업화 성장을 하느라,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이 모든 국가설계, 도시설계가 진행된 것이, 유독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여타 선진국 장애인들보다 불행하게 사는 이유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제가 오랜 시간 경험한 캐나다의 경우, 아주 오래 전에 행해졌던 도시설계가 모두 장애인을 배려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부 지자체에서 장애인의 날 특별기획으로 소위 '문턱없애기' 운동을 벌이다가 유야무야된 경우가 있지만, 캐나다의 경우에는 문턱 같은 것이 있을 수 없고, 계단옆에는 반드시 장애인이나 노약자용 램프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년, 백수십년 전에 이미 그렇게 설계했다는 것입니다.

 

 

보도블럭.

3세 아이만 해도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보도블럭이 장애인들에게는 절망의 문턱이기도 합니다.

캐나다에는 장애인 휠체어를 타고 보도블록과 횡단보도, 그리고 마트와 관공서, 지하철역을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도시와 국가가 장애인을 배려해서 설계가 되었다는 것이죠.

심지어는 20~30년도 넘어보이는 낡은 시내버스에서, 로보트와 같은 두 팔(?)이 나와서 장애인이 타고 있는 휠체어를 집어들어 버스 안으로 끌어올려서 승차시키는 장면을, 버스안 죄석에 앉아서 목격한 순간에는 정말 깜짝 놀랐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버스조차도...수십년 전 만들어진 낡은 버스조차, 그 당시 이미 장애인을 염두해두고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우리 대한민국에게는 가슴시린 부끄러움으로 다가옵니다.

 

 

장애인의 날, 장애인 자를 위한 사회적 배려들.

오늘도 차줌마, 연예인 차승원 씨와 더불어, 대대적인 장애인의 날 행사....선포식, 다짐식이 꽤나 성대하게 열릴 것 같습니다.

1년에 364일을 제외한 하루뿐인 장애인에 대한 배려.

지하철 계단 장애인 리프트를 이용하다 떨어져서 중상을 입는 장애인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불러도 대답없는 도움의 손길들.

구형버스의 계단식 승차시스템 때문에, 몇대의 버스를 보내고서야 겨우 버스에 승차할 수 있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값비싼 외제차에게 장애인 주차구역을 빼앗긴 장애인들.

각종 문턱과, 배려없는 보도블럭에 절망하는 장애인들.

비장애인들은 어쩌다 한번 장애인 체험을 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이해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장애인의 날 행사, 장애인 1일 체험.....모두가 1회용 행사, 1회용 체험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죠.

 

 

장애인의 날, 도시설계 자체가 잘못 되었다면, 인간의 마음으로 고칠 것들을 고쳐야

전국에 있는 보도블럭과 각종 건물의 문턱을 다 까낼 수는 없습니다.

도시설계 자체가 그 당시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면, 사람의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배려는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십년 전, 중증장애인과 1대1 일일교사로 2박3일 제주도 봉사활동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심한 중증장애인으로 교사가 1대1로 붙어도 그들의 비정상적인 힘을 이겨내기 무척이나 버거웠습니다.

비행기의 이륙과 함께 시작된 그들의 발작과 고성....그러나 보람되고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보았던, 의미있었던 그 여행이, 지금의 아내와 두 아이들이 있게 한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를 결정적으로 이어준 10년 전, 장애인 친구 동생들과의 2005년 2박 3일 제주도 여행. 

2010년, 저는 캐나다에서 귀국해서 몇해 동안 장애인 사회복지법인에서 한달에 한번씩 봉사활동을 합니다.

일이 있으면 한번씩 빠지기도 하고, 그렇게 5~6 명이 꾸준히 복지법인에서 허드렛일을 돕고 있습니다.

주욱 두 아이들을 계속 데리고 다니고 있는데, 이들은 아직도 뭔일인지도 모를 9세, 7세.

그러나, 이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아빠가 왜 이 곳을 아저씨들과 함께 한달에 한번씩 찾는지를 잘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아직은 넓은 복지시설에서 뛰어 노는 것을 더 좋아라하지만, 가끔 아빠를 도와준다고도 하고, 장애인 형들과 어울려 스스럼없이 천진난만한 즐거움을 만끽하곤 하지요. 

고도성장 때문에, 장애인까지 배려할 수 없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1회성 행사보다는 교육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국가와 도시를 설계할 때가 오면, 그 때에는 장애인을 우리들의 몸과 같이 생각하는 그런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야, 만년 중진국의 대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국회의원 비례대표 확대, 기업체 장애인 채용 인센티브 확대, 공무원 장애인 전형확대,

장애인에 대한 각종 기금이나 의료지원 확대, 시각장애인 점자스티커 복약 안내 시스템,

장애인 판사 임용, 시각장애인 뉴스 앵커 등장 등 보여주기식 장애인 배려 정책보다는 마트나 관공서에서 출입문 한번 따뜻하게 잡아주는 배려부터라도 천천히 시작하는 마음만 있다면, 괜찮은 내일을 약속할 수 있을 듯 합니다.

YOU&I, 당신과 나.

장애우라는 표현으로, 아껴주고 배려한다는 마음으로 별 이상한 단어만 남발하지 말고, 장애인과 일반인이 아닌, 너와 나, 그리고 우리라는 개념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살면 됩니다.

제대로 배려하고 돕지도 못하면서, 장애인들은 애처롭게 쳐다보지 맙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동정이 아니라는 것이죠.

사실, 비장애인인 우리들이 더 문제라는 사실은 지금 대한민국을 출렁하게 하는 많은 사건, 사고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날, 요란한 행사보다는 마음속으로 한번 돌아보는 시간으로 보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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