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돈이야기

도가니 인화학교 성폭행만큼 상처를 주는 것들

71년생 권진검 2011. 11.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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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한 사회복지법인을 방문했습니다.
성당의 형제님들과 한달에 한번씩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연히도 성폭행사건으로 시끌어웠던 도가니의 인화학교 바로 옆에 있는 천주교 관할 장애아이들의 쉼터였습니다.
처음이라 한 수녀님께서 오리엔테이션을 해주시고, 시설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몇몇 장애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영화로 인해 언론을 타고 전국민의 관심사가 된 장애인시설의 어두운 면들, 성폭행 사건도 가슴아프지만 더 걱정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끊임없는 교육으로 반듯한 장애아이들




지능지수가 약 70 이하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옷장과 자신의 침구를 매우 깨끗하게 관리하였고, 각자 청소하는 구역도 따로 정해져 있답니다.
철저히 교육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랍니다.

수녀님 말씀으로는 정해진 것이외, 가르쳐 준 것이외의 행동과 말은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사람이 그리워서 자꾸 자기소개를 하려는 모습이 귀엽기도 애처롭기도 했답니다.


가장 무서운 무관심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광분하고 언론을 통해서 욕을 하고 안타깝게 눈물을 흘리고 가해자들을 저주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수녀님 말씀과 그 분위기로 보아 시설에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이 그리 많아 보아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먹을 깍두기 만들 무를 밭에서 뽑고 물로 씻고 썰어내는 봉사, 진입로에 하수도 구멍이 막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낙엽을 제거하는 청소봉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일요일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일반인 봉사자들의 발길이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장애인 시설에 대한 관심.

그 뜨거웠던 인화학교 사건에 비하면, 평소
장애아이들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개인적 필요에 의한 일회성 봉사활동




수녀님께서 이런 말씀하셨습니다.
봉사활동을 와서 장애아이들과 놀아주는 대학생들 또는 청년들이 많은데, 장애아이들이 이들에게 100% 마음을 다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봉사하러 온 봉사자들은 아이들의 외모나 비정상적인 말투와 행동에 손잡는 것도 꺼림직해 하거나, 다시 오겠다고 약속만 해놓고 다시 오지 않는 1회성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라고 합니다.

고등학생들이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서, 대학생들이 입사지원서에 기재하기 위해서 하는 그런 진실성 없는 1회성 봉사활동들이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보호가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원한다는 것



수녀님이 자랑스럽게 말씀하신 것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일반인과 똑같은 인생을 경험하고 그들 스스로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런 시설의 역할이라고 합니다.

국가에서 배정되는 지원금과, 봉사의 일환은 금전적 후원이 모두 아이들의 인간다움을 실현하기 위해서 예산이 집행된다고 합니다.

몇몇 사설복지단체에서는 이런 적지 않은 국가 보조금과 후원금이 아이들에게 쓰여지지 않고 운영주체에 의해 갈취되는 경우를 언론을 통해서 종종 접합니다.

그런 시설의 아이들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경제적인 혜택을 박탈당함은 물론, 사랑과 관심 그리고 보살핌의 대상이 아닌 귀찮은 존재로 치부되기가 쉽상일 것입니다.





도가니라는 영화를 통해서 인화학교 성폭행 문제가 언론을 타고 장애인시설의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인들의 무관심, 성의없는 봉사활동, 시설 운영주체의 잘못된 운영실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한달에 한번 만나게 될 아이들.
오늘 그들의 눈빛에서 삶의 진지함을 보았고, 우리 봉사자들과 어떤 인연으로 맺어질 것인지 사뭇 가슴이 설레이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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