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률이야기

미국과 영국의 다른 판결, 아이패드 소송의 핵심

71년생 권진검 2012. 7.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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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삼성은 특허, 디자인 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전방위 소송으로 혈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생전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경쟁사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애플의 현금 400억달러의 마지막 한푼까지 다 털어넣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것처럼 애플의 공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컴맹에다가 IT에 대한 문외한이지만, 특허,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과 저작권을 공부하고 관심을 둔 지 어언 15년, 물론 칼끝이 많이 무뎌졌습니다^

첨단 IT기술에 대한 관심은 별론, 애플과 삼성의 특허와 디자인에 대한 혈투를 지적재산권법률적, 소송스킬적 관점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왜 영국판사와 미국판사는 애플이 삼성을 대상으로 제기한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에 대한 소송에 상반된 판결을 내렸을까요?

특허와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권리는 국제적인 조약에 따라 각국 독립의 원칙이 철칙에 해당하지만, 이번 아이패트 디자인 특허침해소송이 너무 요상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미국 새너제이의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루시 H. 고 판사

고 판사는 특별히 애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삼성이 시장에서 경쟁할 권리는 있지만, 특허권을 침해한 제품을 시장에 쏟아냄으로써 불공정하게 경쟁할 권리는 없다"면서 "갤럭시 탭이 판매를 계속하면 애플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볼 것" 이라며 미국내 갤럭시탭의 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여기서 특허권이란, 한국의 특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특허권(patent)이 아니라, 한국 디자인보호법에서 말하는 디자인(desing right)으로서, 미국에서는 디자인 특허(design patent)라고 일컫습니다.

물품의 외관에 대한 권리를 말하는 것이죠.

고 판사는 IT 전문가가 아닌 일반 스마트기기 소비자가, 하루는 매장에서 아이패드를 보고 그 다음날 다른 매장에서 갤럭시탭을 보았을 때(이격적 관찰), 그 물품의 외관으로부터 느끼는 미감 때문에서 두 제품을 같은 제품으로 혼동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입니다.

디자인은 이렇게 두 제품을 나란히 놓고 꼼꼼하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 장소적으로 이격시켜서 유사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우리 디자인보호법의 판례이기도 하고 세계적으로도 공통된 디자인 유사여부 판단기준의 원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고 판사는 이러한 원칙에 충실한 판단을 하고, 갤럽시탭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이 유사하기 때문에 미국에 디자인이 등록된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를 갤럽시탭이 침해한 것이다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위의 고 판사의 판결에서 나오는 '침해한 제품, 불공정한 경쟁, 회복불가능한 피해' 라는 문구들은,

갤럽시탭이 아이패드와 유사해서 소비자들이 같은 제품으로 혼동하고 집어들 가능성이 있고, 그로 인한 삼성의 책임과 애플의 피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상반된 영국법원의 판결과 의아스러운 후속조치

한편, 영국법원의 콜린 버스 판사는 "삼성전자는 애플 디자인이 가진 절제와 극도의 단순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그들은 (애플만큼) COOL하지 않다" 판결하였습니다.

여기서 언론들은 'COOL' 이라는 영어단어에 대해 말들이 많지만, 이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갤럽시탭의 디자인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이 '물품의 외관으로부터 오는 심미감이 다르기 때문에 유사한 디자인이 아니다' 라는 의미입니다.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으니까 소비자들이 두 제품을 혼동할 우려가 없고, 그러니까 삼성의 갤럽시탭을 시장에서 판매하더라도 아이패드 디자인특허의 침해가 아니고, 애플에게 손해를 끼칠 우려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을 베끼는 '카피캣', '카피스트' 가 아니고, 불공정경쟁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별로 동의하지 않지만요.

게다가, 영국 법원이 애플에 대해 '삼성전자 갤럭시 탭이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모방하지 않았다'고 홈페이지와 언론에 공지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어이가 없다는 애플은 영국 공식 홈페이지인 www.apple.com/uk 를 놔두고, www.apple.co.uk 를 급하게 인수했다고 합니다.

사과광고를 하라는 명령을 받은 애플이 급하게 짝퉁 홈페이지를 만든 이유는....삼척동자도 뻔하게 알 수 있죠~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디자인은 각국 독립의 원칙 때문에 나라마다 등록되는 상황, 침해여부를 따지는 요소나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두 제품의 디자인은 일반소비자의 관점에서, 전체적, 이격적으로 관찰함으로써 두 제품의 디자인으로 느껴지는 심미감이 유사하여 소비자가 혼동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가려서 침해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위의 영국판사가 내린  "삼성전자는 애플 디자인이 가진 절제와 극도의 단순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그들은 (애플만큼) COOL하지 않다" 라는 판결문은,

용어와 표현을 볼 때, 대부분 국가의 법원에서 사용하는, 지적재산권 중 디자인의 유사여부를 판단하는데 사용되는 보편적인 법률용어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판사 개인의 느낌을 적시해 놓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또한, 디자인 유사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IT전문가나 예술가가 아닌, 스마트기기를 구매하려는 일반소비자입니다.

일반소비자는 '애플 디자인이 가진 절제와 극도의 단순성' 이라는 판단과 표현에 부합정도로 그렇게 제품의 디자인을 파헤치듯이 분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영국법원의 콜린 버스 판사의 주관이 너무 강하게 느껴집니다.

디자인의 유사여부에 대한 판단을 상당히 지적재산권법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미국법원의 고 판사와는 달리, 영국법원의 콜린 버스 판사는 다소 인문학적인, 예술학적인(?) 용어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이 또한 저의 개인적인 사견임에 불과하죠.

 

 

아시다시피 위의 디자인 특허에 대한 공방은 결승전이 아닌 예선전에 불과합니다.

아직까지 가처분 사건의 수준에 불과하고 진정한 진검승부를 할 본안소송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갤럭시 넥서스에 대해서도 삼성은 미국에서 판매금지 판결을 받았습니다.

갤럽시탭에 이어 갤럭시 넥서스까지 판매금지 결정이 내려지자, 삼성이 무척이나 불리한 상황인 것처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갤럭시 넥서스는 디자인이 아닌 기술적 특허에 대한 애플의 기술, 음성인식 통합검색 특허, 데이터 태핑, 밀어서 잠금 해제, 문자 입력 시 자동 수정 등 특허 4건을 삼성이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적 특해침해는 그 해결책이 간단합니다.

기술적 특허는 문제가 되는 것들을 다른 기술로 대치하는 소위 회피설계를 하면, 바로 특허권침해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그런데, 디자인특허는 다릅니다.

기술적 구성요소를 다른 기술로 치환하는 회피설계처럼, 회피디자인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기술적 특허는 동일하지만 않다면, 유사하더라도 특허침해가 아닌 반면, 디자인특허는 동일범주를 넘어서 유사한 범위까지 그 디자인특허의 효력이 미친다는 큰 차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물품의 외관은 어떻게 빼도박도 못하는 것이죠. 아래 포스팅을 보시면 좀 더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2012/07/15 - [지재권이야기] - 제품의 디자인이 특허 못지 않게 중요한 이유

태블릿PC를 아이패드와 비슷(유사)하게 만들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 애플의 미소이자 삼성의 고민인 것입니다.

삼성이 갤럽시탭 10.1의 판매금지를 당하면서 뭐 별로 주력 제품이 아니고...다른 제품들도 라인업 상태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겠지만, 물품의 외관은 디자인은 그런 논리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삼성이 설령 갤럽시탭 100.1이라는 신제품 태블릿PC를 만들더라도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위의 영국판사의 판단같이..... 아이패드처럼 COOL하지 않게(절제미도 단순성도 없이 조잡하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죠.

게다가,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도 만든다고 하는데....태블릿PC가 점점 작아지는 트렌드가 형성된다면 삼성도 이에 대한 대항마를 만들어야 하는데....매번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특허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습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등록된 디자인 특허의 일반적인 위력입니다.

 

 

미국의 고 판사는 아이패드의 디자인특허가 무효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것이 있었다는 것이죠.

아이패드의 디자인특허가 무효라면......비교할 대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삼성의 갤럽시탭은 디자인의 멍에로부터 완전 자유롭게 됩니다.

그런데..왜...삼성은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그 증거를 대지 않고.....무조건 디자인이 유사하지 않다....다르다...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된다는 주장만을 펼치는지....판결문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서 애플과 삼성이 주장하는 소송법상 공격방어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좌우간, 2009년에 미국특허청에 등록된 애플의 아이패드 모양....소위 디자인 특허는 회계설계로 침해로부터 빠져나갈 수 있는 기술적 특허에 비해서 무척이나 강력한 무기로 계속 삼성에게 올가미를 씌울 것 같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시작될 애플의 아이패드와 삼성의 갤럭시탭에 대한 디자인 특허의 본안소송이 사뭇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왜...애플은 한국에서는 갤럽시탭을 그냥 놔두고 있을까요?

2009년 당시....한국을 아예 시장으로도 생각도 하지 않고, 한국에는 디자인등록을 하지 않았을까요?(각국 디자인 독립의 원칙)

아니면, 위의 영국판사가 내린 판결보다 더 치욕적인 판결을 받을까봐 두려워서 그러는 걸까요?

시간 날 때 조사 좀 한번 해보고,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면, 한번 더 짚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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