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률이야기

아이폰 디자인을 교훈삼아 새로운 판을 짜야

71년생 권진검 2012. 8. 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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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압승으로 끝난 미국법원에서의 세기의 소송.

애플은 사용자인터페이스특허 및 디자인특허 대부분에서 승소하였습니다.

다른 부분 역시 무척이나 중요한 논쟁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특히 전세계가 주목한 둥근모서리의 직사각형 디자인특허에 대해 집중해 보고자 합니다.

둥근모서리를 가진 직사각형의 스마트폰은 애플의 고유디자인으로 판결이 났습니다.

미국의 맹목적 애국주의(Jingoism), 외국인차별(Xenophobia)으로 폄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폰이 세상에 첫선을 보였을 때, 우리가 당시 손에 들고 있었던 핸드폰의 형상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수년간 혁신적 노력으로 만들어낸 애플의 디자인을 그렇게 평가절하하는 것도 옳은 일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핸드폰이, 아니 스마트폰이 다 아이폰의 디자인과 비슷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다소 궁색한 변명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의 가격이 오르는 등 소비자와 스마트폰 시장에 독이 될 것이라는 비관론에도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세계의 특허법과 디자인 관련법은 그 법률조항에 국내법과 국제조약이 충돌하는 경우, 국제조약이 국내법에 우선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전세계는 그렇게 약속을 하고 법규정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런 대합의의 핵심은 스마트폰 시장경제 민주화나 나눔의 미덕이 아니라, 일정기간 강력한 시장독점권, 무소불위의 권력을 특허권자나 디자인 창작자에게 선물해 주는 것이고, 이것에 대해서 특허권자나 디자인 창작자보다 소비자를 더 우선시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에 동의하는 특허법 전문가는 전세계에 1명도 없을 것입니다.

배타적 독점권과 로얄티라는 선물은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의 기본 중에 기본이기 때문이죠.

아이폰의 디자인특허에만 주목해 보더라도 비단 삼성에 국한된 문제만도 아닙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지옥까지 따라가서 응징하겠다고 수차례 언급한 反애플진영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직사각형 형상의 스마트폰을 버리고 동그란 형상의 스마트폰을 만들 것인가?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이 아니라 각진 모서리의 스마트폰을 만들 것인가?

전세계 디자인특허 관련법이 모두 예정하고 있는 실시권(License개념)을 설정하고 권리자인 애플에게 1대당 십수불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계속해서 아이폰의 유사한 디자인을 고수할 것인가?

한 해외 네티즌의 경우, 직사각형 모양 자신의 방문짝을 떼어내고 다른 모양의 문짝으로 교체하겠다는 유머스러운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직사각형의 문짝에 대한 디자인 권리자가 자신에게 소송을 걸어올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표현의 함의는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의 직사각형 디자인을 애플에게 독점시켜줘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유독 최근에 불이 붙은 애플과 삼성간의 특허와 디자인전쟁 때문에 다시 특허법과 디자인보호법을 떠들어 보게 됩니다.

 

 

처음 특허법을 접했던 1997년.

학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특허법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기술과 법의 만남, 특허제도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었기 때문이었죠.

15년이 지난 지금, 국제특허법과 국내특허법의 비교분석을 하는 등 연구보고서의 저자도 되어보고 실무에도 발을 담가 본 적이 있지만....지금은 아련한 기억속에만 남아 있네요.

저와는 달리, 지금 아직도 특허와의 인연을 끊지 못하는 당시 선배, 동기, 후배들은 변리사, 변호사, 특허법교수, 미국변호사, 기업체 특허책임자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죠.

10여년 전, 그들과 밤을 새며 치열하게 논의했던 부분이 바로 특허권의 강력한 보호냐....타인의 특허를 아무나 막쓰자는 Anti-Patent냐에 대한 논란이었죠.

미국이 주장하는 강력한 저작권의 보호이냐(Copyright).....아니면 저작권 무용론(Copyleft)이 맞는냐...뭐 그런 논쟁거리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지적재산권(특허, 디자인, 저작권)을 보호하고,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기를 강요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한미FTA에서도 우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어서 특허법, 저작권법 등에서 이용자의 자유사용을 위축하고 권리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하였습니다.

反애플 진영이 각진 모서리의 스마트폰을 만들 것인가...아니면 아이폰의 디자인과 비유사한 영역 언저리에서 지금의 디자인을 고수하느냐 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쟁은 그 시작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다만, 혁신적인 선도자(Fast Mover)가 될 것인가 손쉬운 추종자(Fast Follower)가 될 것인가에 대한 모범답안은 이미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기업은 소비자 피해를 운운할 때가 아니라, 전세계가 수십년전부터 합의한 강력한 시장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제도에 대한 본질적 이해와 이에 대한 새로운 특허전략판을 다시 짜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경제민주화가 우리사회에 큰 화두인데....특허제도가 폐지되지 않은 한, 기술이나 디자인 경쟁시대에서 전세계 각국의 특허관련법이 보장하는 시장독점력, 경제독재화에 이견을 달기 위해서, 다소 궁색한 변명을 하거나 특허제도의 본질이 아니라 비본질적 논쟁거리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장기적으로 지적재산권 전략을 짜야 할 지금 그리 바람직해보이지 않습니다.

논란의 여지는 계속될 것이지만, 애플의 아이폰 디자인특허에서 얻은 교훈으로 좀 더 정교한 지적재삭권 전략과 판을 짜내야 하는 시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삼성의 것도 아니고 애플의 것도 아닌 구형 스마트폰의 디자인은 제가 3년전 캐나다에서 썼던 아이폰 디자인에 비해 너무 멋이 없네요^

"잘 키운 디자인 1개가 100 특허 안부럽다" 는 말이 실감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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