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문득, 첫째아이가 둘째에게 하는 구성진 광주사투리를 듣고 속으로 조금 웃었습니다.
저는 40년을 넘게 서울말을 쓰고 있기에 흉내도 못내겠더라구요^^
6살 첫째와 4살 둘째는 모두 캐나다 밴쿠버의 로얄콜롬비아 병원에서 태어났습니다.
각각 2007년과 2009년에 자연분만으로 세상을 만났죠.
부모인 저희 부부의 판단으로 2009년 한국으로 급귀국을 합니다.
둘째 아인 당시 생후 6개월이었죠.
그 맘때, 한국으로 돌아온 두 아이와, 계속 캐나다에 머물고 있었던 아이들의 언어구사능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첫째와 둘째는 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나이에 한국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생애 처음으로 배울 수가 있었죠.
그러다가 2010년 가을, 전식구가 광주로 내려왔습니다.
가장 언어에 민감할 나이에 어린이집 원장님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모두 광주사투리를 사용하는지라 아이들이 이젠 무늬만 캐나다생이고, 지역사투리에 능수능란한 상태입니다.
참고로 광주사투리는..TV에 나오는 그 성님(?)들이 하는 구성진 전라도사투리가 아닙니다.
차를 몰고 아래도 내려가니까 전라남도 벌교나 녹동 정도에서 그런 구성진 전라도사투리를 들을 수가 있더군요~
좌우간 광주에서 쓰는 사투리는 저같은 서울촌놈은 흉내내기 묘한 난해한 음정과 가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이티브급 엄마 뱃속에서 태교영어도 울트라하게 하고, 캐나다 땅에서 태어난 두 아이의 영어실력은?
첫째 알파벳 익히고 영어랑 담 쌓고 삽니다.
둘째 4살, 이제 알파벳 익히고 있습니다.
돈들여서 캐네디언으로서 캐나다여권 만든 것이 아까울 정도로 反영어적 언어활동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중국여자를 사귈라고 하는지 한자에는 미쳐서 빠져살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상형문자....사물을 본떠서 만든 글자이기에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재미가 있는 듯 하고, 요즘 제대도 빠져들게 만드는 한자관련 만화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좌우간 두아이 모두 캐나다에서 태어나서 광주사투리를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캐나다에서 아직 있는 친구의 아이들은?
얼마전 캐나다 밴쿠버에 다녀왔습니다.
많이들 컸더군요.
3명의 아이 모두 영어는 거의 네이티브 수준이었습니다.
집에서는 어지간하면 한국말을 하는데, 역시 학교에서 또래집단이 사용하는 영어의 위력이 참 대단하더라구요.
우리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광주사투리를 마스터할 때, 친구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버터발음으로 유창하게 영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한국어 교육이 쉽지 않은 듯 했습니다.
6살 첫째 아이가 확실하게 구분해서 쓸 수 있을 법한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죠.
물론, 주말에 성당에서 주일학교 같은 한국말 친화적 환경이 조성되지만, 말과 글은 다른 법.....한글 맞춤법에는 큰 어려움을 겪고있는 듯 했습니다.
거기에 역시 한국말과 영어는 물과 기름인가?..........아이들이 내뱉는 한국말은 약간 혀가 꺾인 그런 발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한국말을 하려는 그 모습이 기특했고, 열심히 육아에 힘쓰고 있는 친구 녀석도 듬직해 보였습니다.
언어라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공기와 같이, 캐나다에서 마시면 영어공기를, 전라도 광주에서 마시면 지역사투리공기......똑같은 사람이라도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느냐에 따라서 180도 다른 언어능력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죠.
캐나다 태생, 광주사투리 구사....
이제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두 아이들이지만......한 15년 후를 생각해본다면,
한국말도 정확하게 구사하고, 영어도 프리하게 구사하고, 광주사투리도 시의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는 그런 융합언어의 대마왕으로 기대해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두 아이들이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된다면, 엄마와 아빠..가족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영어공부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그 어떤 영어공부보다 더 재미나게 함께 만들어갈 준비를 해야겠네요~
안그러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죠.
"아빠, 지는 왜 캐나다서 태어났는디....영어 쪼매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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