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정치이야기

세월호 500일,진도 팽목항에 다녀왔네요.

여론야론 2015. 8. 2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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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00일, 서울에서는 엄청난 행사들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광주에서 출발해서 진도 팽목항에 다녀왔습니다.

광주에서도 이렇게 먼데, 서울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을 듯 싶네요.

2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팽목항.

아이들이 불어넣은 노란색 하트 풍선을 떠나 보냅니다.

세월호가 뭔지도 모르는 7세 둘째는 "아빠...이 풍선이 형아들에게 갈꺼야" 이렇게 말하더군요.

첫째 9살, 둘째 7살..저도 부모인데...막상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벌써 세월호 500일.

사고 당시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뉴스 오른쪽 위의 사망자와 실종자 수를 카운팅하던 첫째는 이제 초2년이 되었고 세월호가 뭔지 속으로나마 너무 잘 알고 있더군요.

노란 풍선을 그렇게 멀리멀리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삭아서 녹이 쓸려내려오는 십자가.

세월호 가족이은 이 십자가를 평생 등에 지고 살아야 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진포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

아이들도 향을 하나씩 피우고, 1배 반을 같이 따라서 절을 하였습니다.

기특하기도 하지....

특히 큰 아이는 "이렇게 형아랑 누나들이 많아? 어..선생님도 있고...할머니도 있네".....질문이 많아집니다.

세월호 사망 또는 실종된 아이들을 위한 조문객들의 과자.

7세 아이는 평소와는 달리, 분위기 파악을 했는지....탐을 내지 못합니다.

진도 팽목항 분향소 한편에 놓여진 검정고무신과 노란 리본들.

당하지 않고 어떻게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세상을 떠난 이 모든 희생자들이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한송이의 국화...서늘한 분향소안...인적은 거의 끊긴 진도 팽목항.

세월호 500일은 이렇게 진도 팽목항에서만은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실종사 수습이 제대로 되고 인양과정에서 수습 못한 시신들을 모두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생존자들이 친구들에게 보내는 돌편지.

아이들이 하나하나 읽어내려갑니다.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내 가족이 있습니다" 라는 현수막이 가족들의 고통을 느껴지게 합니다.

세월호 500일.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진도 팽목항에 성당을 임시로 마련해 두었습니다.

세월호 500일 진포 팽목항의 파란 하늘과 따가운 햇빛이 아프게만 느껴집니다.

TV에 자주 나오는 노란리본 등대.

그길 양옆은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세월호 500일, 진도 팽목항.

서울 광화문을 지금 어떨까요?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기다리는 의자에 앉아서 형아들을 위해서 두손을 모읍니다.

세월호 500일, 진도 팽목항.

유난히 눈에 걸리는 현수막 한개.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이름의 현수막을 한번 읽어 보았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해서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역사.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쟁취해내는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그때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모쪼록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온전한 인양, 제대로 된 수습을 기원할 뿐입니다.

세월호 500일 진도 팽목항.

아빠를 이해하고 먼길을 같이 동행해 준 아이들이 아빠를 많이 이해해 주는 것 같아서 부모로서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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