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일상이야기

어둠속 목줄 없는 큰개와 아빠의 외마디 비명

71년생 권진검 2012. 10. 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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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저녁을 먹고 뱃살을 좀 뺄 심산으로 동네 골목에서 열심히 조깅을 하고 있었습니다.

며칠, 열심히 뛰니까 배가 호~~울쭉해진 효과로 아내는 아이들을 전담마크하면서도 다녀오라고 군소리 없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콩을 볶는 듯한 아이들과의 저녁시간...총각못지 않은 여유가 생긴 셈이죠^

문제는 어둠속의 큰개.

아주 어렸을 적의 악몽으로 몸서리쳐지는 정신병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릴 적, 결국 그 개에게 옆구리를 물리고 말았습니다.

 

 

국민학교, 아니 초등학교 3학년 때 즈음으로 기억됩니다.

"개조심"....동네에 유명한 집이었죠.

호기심이 발동한 저는 단짝 친구와 그 집의 대문을 걷어차고 도망가고야 맙니다.

아니나 다를까...개는 정신없이 저희를 추격하였고, 저와 친구를 사생결단의 각오로 걸음아 날 살려라...혼을 담아 도망치기 시작했죠.

고등학교 때...13초 초반까지 뛰었던 100m 달리기 실력도 무색, 뒤를 힐끗거리며 줄행당을 치던 친구와 저는 극도의 공포심으로 얼마 못가 미끄러지듯 넘어지고, 친구가 아닌 제가 개에게 옆구리를 물렸습니다.

초4전까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은 어린시절 속, 유일하게 사진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는 강렬한 트라우마인 셈이죠.

그 후, 고소공포증과 더불어 목줄 없는 개만 보면.....무조건 비켜 섭니다. 

그 개가 훈련을 받은 명견이건, 갑자기 정말 개다운 성질이 발현해서 달려들 것 같은 어리버리한 개이건, 상관없이 멈추어 섭니다. 목줄이 없는 한^^

부잡한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닐 경우에는 더더욱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멍에를 평생 안고 살아가는 것이죠.

지난 주, 동네 골목길에서 병적인 트라우마는 또 다시 수십년만에 발병하고 말았습니다.

 

어둠속 목줄 없는 큰개....그리고 개념없는 개주인

 

 

어둠속 음악을 들으면서 조깅을 하는데....저 앞에 목줄 없는 큰개를 목격했습니다.

가정집이 즐비한 골목이었기에 그냥 비켜서는 것을 넘어 오목하게 들어간 가정집 대문안으로 스텝을 옮겼습니다.

개는 천천히 주인과 다가왔고...개주인은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먹고 있었습니다.

개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개가 주인 곁을 떠나 저에게 다가옵니다.

뭔가 불길한 예감....외마디아닌 두마디 비명이 점점 커졌습니다.

"아저씨!...아저씨!!!"

제말 그 빵인가 뭔가 좀 거걸스럽게 먹지 말고...개 좀 잡아 주세요.......그런 메시지를 짧게 던진 것이죠.

개주인 왈..."괜찮아요. 안물어요"

개는 저에게 다가오는 듯 싶더니만, 이내 스쳐지나갔고....개주인은 계속해서 뭘 먹고 있습니다.

옛기억에 깊은 한숨을 쉬던 그순간...

 

이때, 갑자기 달려와 두발로 제 가슴을 강타하는 목줄없는 큰개

 

 

어둠속에서 개가 갑자기 뒤돌아 저를 향해서 돌진을 하였습니다.

이때는 짧고 강렬한 외마디...."아저씨!!!!!!!!!".

가정집의 사람들이 창문을 급히 열고 다 쳐다볼 정도의 큰소리.

너의 개를 좀 제발 좀 잡아달라는 절규였죠.

개는 무서운 스피드로 제 가슴을 두발로 강타하고  개주인은 개줄없는 개목에 걸린 개목걸이를 한손으로 틀어쥡니다.

그리고는 계속 빵을 먹으면서 하는 말, "죄송합니다....원래 안이러는데..."

야이 두 게쉐이야....날라 꼭갱이, 회축으로 돌려버릴라다.....얼마전부터 신앙인의 생활을 하는 저로서...꾸욱 참았습니다.

매일매일 속죄하고 열심히 믿고 기도하기에....아직도 어릴 적 옆구리를 물려 전이된 미친개의 DNA가 이젠 예전과는 달리.....웬만하면 개같은 성질로 발현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만 했으면...아내가 배꼽을 잡고 웃지 않았죠.

조깅을 하면 뱃살이 무척 많이 빠지는 효과를 본 저는 조깅을 멈추지 않고....또 이어폰을 꼽고 마음을 추스린 다음 계속 달렸습니다.

그러나....동네는 항상 바둑판처럼 돌고 돌게 만들어진 것은 세상의 이치.

손가락 한번 꾸~~욱 눌러주시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보시죠^^

또 다시 만난 그 목줄없는 큰개와 개념없는 개주인

 

 

한 10분정도 또 열심히 뛰고 있는데...저....멀리 또 목줄없는 개 한마리가 보입니다.

아...오늘...완전 제삿날이구나....

그런데...그 뒤를 따르는 개주인도 또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그 개와 그 개주인이였죠.

멀리서 저와 눈이 마주친 그 개주인은 자신의 개의 목걸이를 확...잡아채더니만....어숨속으로 꽁무니를 숨기며 줄행당쳤습니다~

어둠속에서 큰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려면, 개줄을 통제가능한 길이고 채우고 산책을 해야지....안물어요..개는 뭘하건 말건 간에,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이웃에게 이렇게 큰 무례함과 공포심을 싶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산만한 큰개와 친합니다.

 

보고 싶다. 캐나다에 있는 루번

 

 

15년전, 98년도 사진이네요.

15년 후인 지금, 100kg도 훌쩍 넘는 노년생활을 보내며 잘 걷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다고 캐나다로부터 전해 들었지만, 위 사진의 루번은 아내가 캐나다에서 잠시 키웠던 독일산 세퍼드의 일종입니다.

2007년, 저도 캐나다 살 때 처이모님댁 거실에서 살고 있는 루번과 반나절 재미나게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각설하고, 캐나다에서는 개가 사람을 공격하면 그 개주인은 평생 개를 못키웁니다.

물론, 큰개를 키우려면 정부가 시행하는 안전교육을 수료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려동물문화의 선진국인 캐나다처럼 안전교육 안 받아도....상식만을 통하는 그런 동물사랑 국가가 되었으면 합니다.

개줄...영어로 'Leash' 라고 하나요?

Please...On leash.....Not Off leash!!!!

조만간 어둠속에서 또 만날 것 같은 그 개와 그 개주인...그땐...동네 연장자, 인생선배로서 한번 설교에 들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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