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일상이야기

100세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든 생각들

71년생 권진검 2012. 8. 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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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친할머니께서 지난 금요일에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고 돌아왔습니다.

올해 만 100세, 1912년생으로 한국나이로는 102세, 원래 나이는 104세라시랍니다.

막내 손녀인 아내와는 60살 차이, 4살 둘째와는 거의 100살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두말할 것 없이 호상이었습니다.

100세 처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몇가지를 정리해봅니다.

 

 

100세 시대의 미래를 엿보다.

요즘, 큰 병이 없다면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처할머니께서는 원래 장수집안이라 오래동안 천수를 누리시고 가셨지만, 요즘 보기 드물게 정말 오래오래 사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저희 부부가 100세까지 살려면 앞으로도 60년을 더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데, 나름 모진 풍파속에서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부끄럽네요.

왜냐하면 지금껏 살아왔던 40여년의 기간보다 앞으로 살아야 할 기간이 훨씬 더 긴 60년의 세월이 남아 있습니다.

사오정, 오륙도 등 반백년도 못되는 사회적, 경제적 활동 끝에 벌어진 노후에 대한 심각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더더욱 가속화될 첨단 의술과 웰빙에 대한 관심속에서 앞으로 펼쳐질 100세 시대, 우린 먼 미래에 어떤 모습을 삶을 영위하고 있을까...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매장문화와 납골당

처할머니께서는 최근 1년 요양병원에 들어가시기 전까지 100세가 다 되시도록 버스를 타시고 한약방과 성당을 다니실 정도를 건강하셨습니다.

덕분에 다니시던 성당 연도회에서 가톨릭 방식으로 장례를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보통 가톨릭 신자들이 장례를 치르고 천주교 묘지에 많이 가시는데, 처할머니의 큰 아들이자 저의 장인어른께서는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모셨습니다.

장인어른도 어언 70대 후반.

1주일에 3~4번 무등산에 오르시는 길에, 집에서 얼마안되는 거리에 있는 선사의 납골당에 모신 어머니를 자주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명절 때마다 벌초와 성묘 등으로 몸살을 앓는 대한민국의 매장문화를 생각할 때,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납골에 대한 의미와 효용성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어디서 인생을 마감할 것인가?

최근 돌아가신 저의 큰큰아버지, 이모님 그리고 처할머니....모두 소위 요양원이라는 곳에 계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세분의 공통점은 예상보다 빨리 돌아가셨다는 느낌입니다.

요양원에서는 집에서처럼 정성어린 식사가 불가능하고, 무엇보다도 그 외로움에 몸과 마음이 쇠잔해지는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네 성당의 아는 형님은 치매를 앓고 계신 노모를 집에 모시고 계시는데, 돈문제를 떠나 절대로 요양원으로 모시지 않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왜 그럴까요?

소정의 비용으로 자식들이 많이 홀가분해진다는 요양원.

그 장단점에 대해서는 주위 사람들의 말과 TV를 통해 보도되는 여러가지 상황들로 미루어 볼 때, 정답을 내리기는 다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요즘 TV에서 며느리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1위가 "현관문 비밀번호가 뭐냐?" 라고 묻는 시어머니가 하는 말이랍니다.

얼마전, 동네에서 진짜로 벌어진 일화.

집사주고 차사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묻습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괜찮으니 시원하게 혀봐라"

며느리는 정말 해도 되냐고 몇번을 되물을 후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딱 2가지인데요, 우리집에 안 오셨으면 좋겠고요, 전화 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

장모님은 처할머니밑에서 맏며느리로 50년이 넘는 시집살이를 하셨습니다.

효성이 지극했던 남편, 그리고 혹독했던 시집살이.

1년만 같이 살면 두손들고 시어머니와 같이 못산다고 내빼는 며느리들이 대부분인 요즘입니다.

1년 전, 어쩔 수 없이 요양원으로 모신 100세 시어머니를 위해서 1주일에도 몇번이고 맛난 음식을 손수 만들어 왕래하셨던 장모님, 처할머니의 맏며느리도 이젠 내일 모레면 팔순입니다.

 

 

엄청난 호상으로 기쁘게 치른 장례...맏며느리인 장모님께서는 어제 밤, 50년 동안 가장 편안하고 홀가분하게 잠자리에 드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100세 시대의 며느리와 시어머니, 가족과의 관계를 미뤄 짐작해 볼 때, 처할머니께서는 너무 행복하게 그 기나긴 삶을 사시다 가신 것 같습니다.

더욱이, 가족간의 나쁜 것을 모두 거둬가시면서 좋은 선물을 많이 주시고 가셨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처할머니께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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