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일상이야기

1만원으로 즐긴 시골의 해변 음악회 소동

71년생 권진검 2012. 8. 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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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성당 동갑내기 친구가 나들이를 가자고 해서 나선 전남 영광.

2년차 광주생활, 아직 아는 곳이 별로 없어 동네 공원에서 아이들과 놀는 것이 주말의 일상....얼씨구나하고 따라 나섰습니다.

친구부부와 3개월 둘째, 4살 첫째..그리고 서울서 내려오신 어머님과 저희부부, 10살 조카, 6살 첫째와 4살 둘째...대부대가 이동했습니다.

처음으로 들린 곳은 아쿠아리움....온배수를 이용해서 조성한 작은 수족관이었지만...아이들은 좋아라 난리가 났습니다.

이어 이동한 전남 영광의 가마미해수욕장.

 

 

따뜻한 물과 고운 백사장의 모래...아이들이 놀기에는 제격이었습니다.

그런데...낮부터 무대가 설치되고 뭔가 음악회가 열릴 모양입니다.

동네 노래자랑인가 싶더니......마야....설운도...까지 출연진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시골까지 유명가수가 올까.....

좌석이 아닌 해변 정자에 자리를 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제가 말했죠.

"가수 설운도가 여기까지 오면....얼마를 받고 올까요?"

동네 사랑방 정보에 정통하신 70순 어머님의 바로 답을 냅니다(할머니들 버젼입니다. 금액에 오해가 없으시길^^)

"설운도는 5백만원, 장윤정은 7백만원이란다!!"

오...괜찮네..^^

 

 

저녁 7시 30분...가랑비 속에 시작된 시골 해변의 음악회.

유지나...김단비...등..어머니만 아시는 트로트 가수들 속에....나인 뮤지스라는 걸그룹까지 등장합니다.

 

 

중간 쯤 등장한 가창력이 끝내주는 마야....생음악으로 들으니..정말 노래를 잘하더군요.

이쯤에서 10살 조카는 집에 가자고 보채기 시작하는데...어머님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선언하시더라구요.

어떻게 서울서 광주를 들려 여기까지 왔는데...공짜로 볼 수 있는 설운도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하시네요^^

손녀가 울건 말건...끝까지 자리를 사수하시는 어머니^^

 

 

조카는 광주...집에 가자고 계속 울기 시작했지만.....어머님은 이런 음악회는 7~8만원은 줘야 볼 수 있는 것이라며....양보를 하지 않으십니다~~

예상대로 가수 설운도는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어둠속에서 리무진을 타고 나타나 시골 음악회를 광란의 도가니탕으로 만들었습니다.

10살 손녀는 울고 있고....70순 할머니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조금이라도 설운도를 가까이 보시고자...무대 앞으로 구경을 갑니다~

 

 

마지막 앵콜까지 보면 차가 많이 밀릴 것 같아....5분 일찍 자리를 접고 다시 광주로~~

짙은 어둠속에서 상향등을 켜고 내비게이션에 의지해서 겨우 겨우 영광IC까지 가는 길에...설운도가 탄 것으로 추정되는 연예인 리무진이 경찰차 2대의 호위를 받으며...쏟살같이 추월해 갑니다.

설운도 따라가자....장성IC까지....그러나...운전을 너무 잘하더군요.

뭐..서울서 대전까지 40분에 찍는 선수(?)가 운전을 한다고 하는 연예인 차량이라고 하니.....영광IC를 앞두고 운전대를 꺽고 다시 영광으로 돌아가는 2대의 경찰차.

 

 

전남 영광 가마미 해수욕장의 지역경제 역시 그리 좋지 않다고 하네요.

그래도 서울서 유명한 가수가 몇명 왔다가면....유명세도 많이 타고..그런다고 하니....고속도로 입구까지 경찰이 에스코트 해주는 것은 고마움의 표시인 것 같습니다.

얼떨결에 나섰다가 사발면 몇개...옥수수 몇개 단돈 1만원으로 즐긴 시골 해변의 음악회.

부부의 요청으로 멀리 아들 집 광주에서 1주일간 3끼 꼬박꼬박 챙겨주신 어머님에게는 서울 올라가서 자랑거리가,

10살 손녀에게는 전화로 아빠한테 일러바칠 고자질거리가 될......작은 소동이 벌어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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