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부부이야기

100만원이 넘는 유모차를 공짜로 내어준 이유

71년생 권진검 2012. 3.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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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만큼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쓰던 물품을 사고 파는 것이 어느덧 생활의 지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다지 새것이 필요하지 않으면, 또는 새것을 사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경우, 중고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중산층 부모의 일상인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사연들을 뒤로 하고 100만원짜리 유모차를,
다음달 느즈막히 둘째를 출산하는 성당 친구에게 무상 양도했습니다.

서로서로 돕고 사는 세상에서 베푸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첫째 아이를 18개월만이 뒤따라 나온 둘째.
남의 나라에서 좌충우돌 사느라.....차도 팔고.....그렇게 살던 때였습니다.

어머니께서 꼭 필요할 때 쓰라며 주신 작은 금거북이.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연년생, 2인용 유모차를 샀습니다. 금거북이를 팔아서...

어차피 차도 없어서 아이들 두마리를 다 태우고 장도 보고 해야 되기 때문에.....그리고 캐나다 엄마들의 로망이었던 유모차로 한빵 쐈습니다.

지금 둘째가 만 3살이니....3년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살짝 검색해 본 결과........국내에서는 100만원이 훌쩍 넘더라구요.


국내에서는 별로인데, 캐나다에서는 워낙 유명한 제품이라 중고가격도 500불이 넘는 인기제품이죠.
웬만한 보도블럭을 앞바퀴로 거뜬히 넘고......아이 두명과 장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실어도 한손으로 360도를 턴하는 등 참 잘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이역만리 타향에서 자동차도 팔고...가장 힘들 때, 어머니가 주신 금거북이를 팔아서 산 아이들의 분신이라 이젠 어느정도 사용할 나이가 지났지만 베란다에 고이 모셔놓고 가끔 1인용으로 쓰곤 했습니다.

비옷보다 더 정교한 비닐 커버만 거의 10만원짜리....

사연도 많고 정도 많이 들었던 유모차를....성당 친구에게 선물했습니다.
동갑인 그 친구는 다음달 둘째를 출산한다고 하네요.

아내가...."공짜로?...."
그러더니....바로.....그래 이젠 우리 품에 있을 물건이 아니네...그러면서 흔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귀국해서 못된 엄마에게 사기도 당했어요

 


아내가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귀국해서 카시트를 중고로 알아보았습니다.
위의 오른쪽 카시트를 적당한 가격으로 중고로 구입을 했었답니다. 인터넷으로 개인대 개인으로...

그런데....도착한 물건을 사진의 물건과 달리...너무 더러웠고.....전화로 확인한 제품 생산일자도 칼로 긁어서 위조를 하고 팔았더군요.

저 유모차에 그 아줌마의 예쁜 아기가 타고 있었을텐데.....
아내가 전화를 해서 따지니까......얼버무리고 이내 전화를 끊고 받지 않았던 그 나쁜 엄마.


느닷없이 얻은 전동 오토바이


몇달 전에, 집앞에 아이들과 함께 서있는데....느닷없이 차 한대가 후진하더니....
낯선 아저씨가 드렁크를 열더니...위의 전동 오토바이를 내려 놓았습니다.

"밧데리만 갈면.....잘 나가요...아이들이 이뿌네요"

그리고.....그냥 가버렸습니다.
멍하니..바라보다가....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살려면 20만원은 족히 넘어 보이는 전동 오토바이.
장난감 백화점에 가서 밧데리를 교체했더니.....헤드라이트, 좌측 깜빡이, 우측 깜빡이에.....전진..후진에...경적음까지 ...아이들이 무척 신이 났습니다.

이런....고마운 아저씨^^


유모차를 픽업하러 온 친구 내외


신생아 침대도 없답니다.
집에 있는 신생아 침대를 분해해서 싸 주었습니다.

그것도 캐나다에서 선물받은 500불이 넘는 원목 침대였죠.
지금은 아이들이 뛰어내리는 놀이에만 쓰는 것.......남은 카시트 한개랑 더불어 풀세트로 선물해 주었습니다.

저녁산다고 나오라는 친구에게 그냥 집에서 먹자고...해물 스파케티 한그릇씩 비우고...사는 얘기...애들 얘기로 시간을 보내다고 다 실어 보냈습니다.

유모차, 아기침대, 카시트 3종 세트.
친구네 집에서 그 용도를 다하면....또 이름모를 사람이 받아서 사용하겠죠.


아내가......섭섭했었나 봅니다.
"여보...한 2백만원어치는 되겠지?"

그냥 씩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기부약속(?)에서 집행까지 2주일도 안걸렸고, 처음 약속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내놓았네요^^
높으신 분들도 약속하신 것이 있으면....그만 만지작하시고.........털어버리세요.

좋은 일에 쓰일 것을 생각하니....꽤나 뿌듯합니다^
받아도 보고...줘보기도 했는데...줄 때 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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