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부부이야기

교사인 아내와 만난 아들바보인 학부형

71년생 권진검 2012. 4.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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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르신 내외분과 가족끼리 족발에 소주를 한잔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족발집에서 뛰어다니고....저너머 테이블에서 직원들 십수명을 데리고 회식을 하던 부부가 우연히 합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네 어르신 내외분이 잘아는 부부였고....직원들은 모두 자리를 비우고...두부부만 우리 테이블에 합석을 했습니다.

 

"이쪽이 아들 학교 영어선생님인데?"

 

 

저희 내외는 좀 뻘쭘하게 있다가....그 중년부부의 아들 이야기가 나왔고....족보가 다 밝혀졌습니다.

동네 어르신께서....아내를 가르키며..."이쪽이 자네 아들 학교 영어선생님인데?"

그 부부의 아들은 아내의 학교 학생이였습니다.

아이고..선생님....아이고..학부형님^^

아내는 비록 영어선생님이지만....그 아들의 이름과 정확한 아이의 생활태도, 수업태도까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아버지가 하는 말

 

 

학생 아버지가 갑자기 이런 말은 합니다.

"저는 아들바보입니다"

사실인즉.....학생 어머니는 꽤나 불만이었지만....아버지는 아들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아들바보였습니다.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생선살을 일일이 발라주고.....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아들이 물을 먹고 싶다는 것을 캐치하고 물을 떠다 바치고......아버지 본인이 스스로 웃으면서 자백하셨습니다.

그런데..그 모습이....에라~~~가 아니라.....조금 애틋하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직장에서 꽤나 높아보였던 그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서는 집도 이사하고....모든 것을 다했다고 합니다.

학교 행사에도 열심히 뛰어 다니시는 것 같고.......이젠 부모의 마음으로 아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만을 고대하겠죠.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는군요"

 

 

아내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래서...그랬군요....

"아드님이 한번은 답안지 마킹을 친구에게 부탁하는 것이었어요. 천연덕스럽게요. 컨닝을 하는 것도 아니고...자기가 문제를 다 풀고.....마지막 답안 마킹을 친구에게 부탁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어요....아버님이...너무 왕자로 키우신 것이 아닌가 싶어요...그래도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솔직한 아버지의 고백...아이의 짖궃은 장난끼......중간자인 어머니...그리고 그들이 한가족.

그냥 저냥....아이고 선생님...잘 부탁합니다....라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가 더 분발하고 자립심을 키울 수 있도록...이미 최상위권 학생들과 한팀을 만들어...지도하고 있다는 아내.

 

그런데..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를 만지면서..스스로를 아들바보라고 고백하는 아버지.

못말리는 남편이라고 쏘아부치는 아내....그리고...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을 받는 다소 철없지만 밝고 해맑은 아들.

그리고 남편인 저도..학부형인 그들도 깜짝 놀랄만큼...그 아이의 학교생활과 행동패턴을 꿰뚫고 있는 영어교사인 아내.

학교폭력 등으로 수개월간 죽음과 같은 괴롭힘으로 괴로워하고 유서를 쓰고 결국 세상 마지막 선택을 한 학생들..

그리고 그정도일 줄은 몰랐다는...부모들....

담임교사도 죽음을 선택한 학급 학생의 고통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변명들....

아들바보 아빠의 지나친 사랑은 단지 주위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부모와 교사...그리고 우리 사회의 차가운 무관심은 우리시대의 너무나 아픈 상처로 남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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