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률이야기

미국 이민간 친구를 변호사 시킨 후의 생각들

71년생 권진검 2012. 10. 7. 08:58
반응형

 

 

 

88년, 대입 학력고사(지금의 수능)라는 시대의 가장 큰 명제를 앞두고,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녀석이 갑자기 이민을 선언합니다.

교회 집사님이시자 학교 수학교사인 아버지께서 3남매를 위해 미국 이민을 전격 결정하신 것이었죠.

절대로 대학입시를 회피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고...물어보지도 않는 설명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당시, 눈물의 이별을 했고, 그 친구도 저도 각각 서로의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20년도 훌쩍 넘은 2009년, 두명 모두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그 친구를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서 시애틀로, 저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자동차를 몰고 시애틀로...그렇게 북미대륙에서 만나게 될 줄은 88올림픽이 열리던 그 때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지금 미국 뉴욕과 뉴저지를 배경으로 미국변호사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두 아이의 아빠 그 친구를 변호사 시킨 후 드는 작은 생각들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2000년 대 초반, 교육이민은 그 목표를 달성하다.

 

 

3남매를 위해 전격 미국 이민을 결정했던 아버님은 세탁소, 편의점 등의 생활을 하며 십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자식 교육에 대한 모든 꿈을 다 이루셨습니다.

고등학교 이민간 장남인 제친구는 발음도 반기문 사무총장 수준(?)이고 그럭저럭 중위권 대학에서 아버지 대를 이어 수학을 전공하는데 그쳤지만, 두 동생은 초등학교 때 이민을 가는 바람에 거의 원어민과 같은 사고와 언어를 구사했고, 미국 동부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멋진 직장을 얻고 결혼해서 살아가고 있었죠.

대한민국 학교 교사로서 도저히 할 수 없었던 미국에서의 바닥생활이었지만,

자식들을 위해 교육이민이라는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신 아버님은, 2000년대 초 한국으로 역이민을 감행하시고 지금은 고향에서 신앙생활과 암투병생활을 하시고 계십니다.

 

10년 전 즈음, 그 친구가 꺼낸 말는?

 

 

2000년대 초, 그 친구가 서울에 와서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나...목사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신앙심이 두터우신 교회 집사 아버지의 장남이기에, 고등학교 때 이민으로 정체성이 많이 흔들리고 고생한 트라우마를 겪어 미국 이민 후배들에게 정신적 조력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결심했기에, 선천적으로 리더로서의 자질이 있기에....친구는 대학을 졸업 후 그 어렵다는 미국 신학대학교를 3년째 다니고 있는 중이어서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왜?"...물었죠.

"여자를 만났어. 그런데 집안이 왕불교야.."

"평생 같이 살꺼냐?"....또 물었죠.

"응..그럴 것 같아".....이미 둘 사이에서는 결혼이 결정이 난 상황인 듯 했습니다.

친구가 뜬금없이 꺼낸 말, "MBA가 나을 것 같니, 변호사가 나을 것 같니?"

왕불교 집안의 사실상 수장이신 기업인 출신의 장모님이 목사말고 둘 중에 하나를 골라 잡으라고 하신 모양입니다.

절대로 교회 목사를 사위삼을 순 없었을테지요.

 

미국 MBA냐 vs 미국 변호사냐?

 

 

30살이 훌쩍 넘어버린 상황, MBA냐 변호사냐 그것이 문제였습니다.

본인의 생각을 물었더니....요즘 MBA가 좀 유망하다가 생각하고...그냥 MBA쪽으로 생각이 든다고 하더군요.

"변호사 해라"....제가 권유했습니다.

"왜?"

그 당시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MBA는 너무 막연해....뭔가 주무기가 있은 다음 MBA가 얹혀져야지, 너는 지금 대학 수학과에서 받은 졸업장 하나 밖에 없잖아.....네가 5년전 쯤 한국에 나와 성직자인 목사가 되겠다고 선전포고한 이유는 너와 같이 나이 먹고 이민온 한국 후배들에게 빛이 되고자 함이 아니었던가? 이민 선배로서 미국내 한국처자들을 미국주류사회의 백인들에게 몽땅 헌납하고 정작 이민간 한국남성들은 비주류로 전락해서 결혼조차도 힘들고 미국사회에 동화되지도 못하고 주변인으로 방황하고......그런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네가 가진 이민 후 경험과 생각들로 그들을 돕겠다는 것 아니었나?"

목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변호사로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은 친구는 결국 미국 로스쿨에 입학여 2000년대 중후반 쉽게 미국 뉴욕주와 뉴저지 주의 변호사로 등록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뉴욕에서 버젓이 개업을 해서 좀 바쁘다고 엄살을 부리더라구요^

2009년 미국 서부 씨애들에서 만났을 때.....아...부럽다....정말 TV에서만 보던 그런 멋진 변호사로서의 뽀대가 나서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저역시 요즘 제 상황과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선후배 책사들(?)에게 뭔가 중대한 결정에 있어 큰 도움을 받고 있듯이, 그 친구는 10년전 구슬친구인 저의 강한 추천으로 남들이 돈세탁하고 있을 때, 인생세탁에 대성공하게 된 셈이죠~

숨넘어 가겠습니다. 손가락 한번 꾸~욱 눌러주시고 계속 보시죠^

미국 이민간 친구를 변호사 시킨 후에 드는 몇가지 생각들, 첫째는....

 

 

친구는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따자마자, 약간의 실무경험을 겪고 바로 의뢰인을 대변하는 변호사로서 미국 법정에 투입되었습니다.

미국 언어인 영어, 그리고 미국 문화와 삶에 어색하기 않았기 때문이었죠.

우리나라 변호사들이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으로 학원다니고, 동영상 듣고 난리가 났다는 법률신문의 기사를 보고 좀 웃었습니다.

시험에서 있어서는 가장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한국인들, 그것도 최상위층인 변호사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는 매우 용이하죠.

한국변호사라도 보통 미국 로스쿨에서 LLM 1년과정을 이수해서 미국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이 생기는 것과 달리, 지금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만 유독 한국 변호사들이 시험만으로 미국변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법규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언제 바뀔지 모르기에...열심히 공부 또 공부...집중 프로그램, 강의......아.....의뢰인은 누가 변호하고..소는 누가 잡나?^^

대충 영어로 읽고 쓸 줄은 알기에 미국 변호사 시험은 덜컥 붙겠지만, 미국사람이 영어로 사건을 설명하면 통역사 없이는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지도 못하는 미국 변호사 자격증 소유의 한국 변호사.

물론 이력서나 경력에 한줄 더 넣어서 연봉 몇천 더 땡기는 전시효과를 대한민국에서 무시해서는 안되겠지만, 좀 거시기 하죠^

제 후배, 선배들도 국가의 돈, 혹은 자비로 미국에 날라가서 1~3년 미국 로스쿨 다니고 자격증을 물어오지만, 영어가 전문업무인 법률부분에서 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시험공부만 하고 시험만 합격해서 자격증만 물어서 오는 거죠.

써먹을 곳이 있다기에 무용지물은 아니지만...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 로스쿨? 그 비싼 학비는 어떻게?

 

 

10여년 전, 미국 로스쿨 행을 권유하면서 물었죠.

"야..학비가 만만치 않을텐데...너..대학 등록금도 론(Loan)으로 다녀서 지금도 다 못 갚고 있잖아? 로스쿨 비용과 3년간의 생활비..어떻게 처리하냐? 재력가 장모가 목사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다 대주나?"

또 론으로 해결한다고 했습니다.

장모가 대주는 것으로는 절대로 다닐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속에....개업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인 지금도 대학과 로스쿨 시절 대출받은 론에 시달리면서 애처로운 미국 변호사의 단면을 죽마고우에게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평생 조금씩 갚아간다는 미국의 학생대출제도.

우리도 실현하기 힘든, 아니 실현할라고 하면 아이들 무상교육, 노인 복지 등 더 필요한 복지부분의 예산을 끌어다 올 수 밖에 없는 반값등록금이라는 사탕발림적 미봉책이 아니라..대학교, 대학원을 30년 이상의 장기대출금으로 지원해 주는 제도가 도입되었으면 합니다.

학업을 뒤로 하고 혹은 학교를 휴학하고 뼈빠지게 아르바이트하고 한학기 다니고...또...쉬고...다니고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대학교 학비가 너무 비싸....눈물을 삼키고 등을 돌리는 젊은 인재들을 동정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해라...국가가 울트라 장기로 평생 조금씩 갚아나가도록 대출해줄께....혹시 대기업에 취직해서 연봉이 많아지면 그 때 일시불로 긁으면....많이 깍아줄께....이런 대학생 등록금 지원책이 미국, 캐나다처럼 도입되는 것은 어떨까요?

좌우간, 이녀석...의뢰인들에게만 변호사지..저같이 그 속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지인들에게는 완전 경제적 허당입니다^^

셋째, 변호사 그 인생의 경험이 변론에 묻어나와야 합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예전에 이혼법정에서는 웃지 못할 광경들이 연출되었다고 합니다.

소송당사자는 중년의 부부인데...정작 결혼도 안해 본.....사법고시 쉽게 붙고...사법연수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서....판사 임용 누워서 되고...가정법원으로 발령난 그런 인생경험 전무한 재판관이 소송을 진두지휘하고 판결을 내립니다.

웃기죠^ 지금은 안그렇겠죠~

미국변호사 친구처럼 10여년이 넘는 미국 이민생활, 그리고 대학졸업, 직장생활, 그리고 한인 이민자 사회, 미국 교회 신앙모임 등 기초 베이스가 쭈욱 깔려 있는데다가,영어로 변론하는 것도 자유로우니까 바로 법정에 투입이 되어도 문제가 없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미국으로 날라가 경영대학원, 소위 MBA를 하고....결국에는 북미의 작은 마을에서 학원강사하는 사람보다, 뭔가 주무기가 있고 이루어놓은 것이 있는 안철수 전 교수같은 경우에는 MBA학위에서 큰 가산점을 받아 서울대의 정교수에 임용되는 쾌거를 이루는 것과 별반 다른 논리가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 우린 로스쿨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서울대 로스룰 입학전형 안내문에는 이런 구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회활동 및 봉사활동은 대학입학 이후 경력에 한하여 평가에 반영함"....

막 대학 졸업한 학생들이 로스쿨에 지원을 많이 하나봅니다.

1살이라도 젊었을 때 변호사되면 대한민국에서는 따봉입니다.

그러나...위 서울대 입시요강의 행간의 의미를 읽어보면, 그만큼 많은 젊은 응시자들이 고교 때 대입에서 써먹었던 봉사활동과 사회활동 경력을 로스쿨 입시에서도 재탕으로 써먹는 것으로 강하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좀 씁쓸한 구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은행원 채용은 한해 1000명 남짓한 세상에 대한민국 로스쿨에서는 한해 2000여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쏟아질 세상이 왔습니다.

20살 안밖의 유명 아이돌그룹이 한류로 그깟 동남아시아를 강타하고 K-POP 이 최고라고 난리가 나고 흥분하고 있는 사이에, 대한민국 군번 2개를 가지고 있는....쓴맛 단맛다 본 쌍둥이 딸, 두 아이의 아빠 싸이는 피나는 노력으로 미국을 강타해 버렸습니다. 

비정치권에서 몸을 담았던 안철수 전 안랩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하는 선언을 했습니다.

미국 변호사 친구, 춤과 노래의 신 싸이,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안철수 교수는 단점도 많지만, 아마도 그 자격을 충분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경험과 열정이 있고 시대적인 트렌드라는 운까지 따르는..그야말로 행복의 물새가 울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 변호사 친구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기 시작합니다.

"야..너도 변호사 해라...영어시험도.... 말빨도 니가 나보다 좀 더 나은 듯 싶다".....

40줄을 넘어선 두 아이의 아빠....요즘 고민이 참 많아집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