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외국이야기

수능영어 절대평가, 영어사교육 잡힐까?

71년생 권진검 2014. 12. 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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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능영어 절대평가를 발표했습니다.

사교육을 잡기 위한 고육책이라는데,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대한 논란도 분분합니다.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가지 보완점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큰 줄기는 절대평가로 잡혀나가고 있습니다.

과연 수능영어 절대평가가 영어 사교육을 잡을 수 있을까요?

 

 

계속 실패하는 영어사교육과의 숨바꼭질

점점 어려워지는 수능영어가 영어사교육을 부추킨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형 수능영어가 도입되어 영어A와 영어B로 나누어 시행되었는데, 이도 금새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소위 영어공교육 정상화와 함께 실용영어교육 실현이라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국가영어능력평가 시스템도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현 정부들어 폐기되었습니다.

일련의 수능영어에 대한 실험은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현 정부는 쉬운 수능영어로 영어사교육을 잡으려는 방향을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수능영어는 물수능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고, 1문제를 실수한 수험생은 지난 날의 그 열심히 공부한 영어과목에서 2등급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래서...한두 문제를 틀리더라도 1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수능영어 절대평가가 그 마지막 대안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럼, 이런 일련의 수능영어 정책으로 영어사교육을 줄어들었을까요?

천만에 말씀이죠.

수년 전의 다소 어려웠던, 원어민들도 답을 잘 못맞추는 그런 어려운 수능영어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영어사교육이 십수조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과목이라는 사실에는 한점 변화가 없습니다.

다소 더 어렵게 느껴지고 사교육이 더 필요해 보이는 수학보다 영어사교육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영어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수능영어가 쉬워져도, 수능영어가 절대평가가 되어도 영어공교육 정상화는 요원할 것입니다.

학교 영어교사들은 대놓고(?) 우리는 말하기와 쓰기 위주의 실용영어를 가르치기 힘들다고 말을 합니다.

대부분 이런 주장을 하는 나이가 지긋한 영어정교사들을 서포트하려고 계약직으로 영어구사능력이 뛰어난 영어회화전문강사와 시간강사를 대폭 수혈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공교육 정상화는 꿈틀대는 것도 조차 힘들 현실이죠.

 

실용영어를 기본으로 삼고, 말하기와 쓰기 위주의 영어교육을 한다는 야심한 이명박 정부의 국가영어능력평가 시스템의 도입은 아마도 현장의 영어교사들에게 더 외면을 받았을 지도 모릅니다.

수능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되어도 학교에서 재미난 실용영어를 가르치지 못한다면, 학생들은 영어사교육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수능영어에 대한 부담만 줄어들 뿐이라는 것이죠.

대학교 관계자는 수능영어 절대평가 좋다....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변별력이 없다.....다른 전형요소도 함께 평가하게 해달라.....학생부... 내신영어 등이 그 일부일 수 있다고 합니다.

 

 

수능영어 절대평가는 내신영어의 강화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수능영어야 절대평가니까...부담이 줄어들지만, 불보듯 뻔한 내신영어에 대한 부담이 그 빈자리를 메꿀 것입니다.

내신영어의 강화는 대학별 전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학교 영어교육에도 파급효과가 클 수 있습니다.

우리학교는 영어 1등급이 몇명이다라는 통계를 확보하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학교운영 및 홍보입니다.

상위권이야 뭐든 알아서 잘하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절대평가인 수능영어 1등급을 강요하는 그런 또 다른 수능영어전략을 일선 학교가 이끌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수능영어 1등급 전체 10%인 고등학교와, 수능영어 1등급 전체 30%인 고등학교에 대한 지역사회와 학부모에 대한 시선은 같을까요?

 

 

교장선생님과 학교 재단 고위층은 어떻게 수능영어 절대평가에 대응할까요?

영어사교육이 수학이나 국어로 옮겨가는 이른바 '풍선효과' 가, 의도하지 않게 수능영어에서 내신영어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교육부의 재정적 지원 중단이라는 협박이 별로 두렵지 않은 일부 명문사립대에서 영어면접, 영어논술로 영어사교육시장을 더더욱 부추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로써 손실을 본 재정적 요소는 대학강좌 중 영어수업을 많이 늘려 훌륭한 글로벌인재를 많이 양성하는 대학으로 지정받아 보조금을 더 많이 받아내면 상계가 되는 셈이죠.

변별력 없는 수능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된다면, 영어를 잘 못하는 학생을 입할시킬 가능성이 더 많아지는데, 이는 각 대학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어사교육, 고등학생 문제가 아닙니다.

물수능으로 영어사교육을 못잡았습니다.

정부는 수능영어 절대평가로 영어사교육을 잡겠다고 합니다.

영어사교육은 그런 식으로 보면 정답이 안나옵니다.

보통, 초3이면 되면 영어학원을 누구나 다닙니다.

이 때에는 서울대, 연고대, 지방대, 전문대, 고졸에 대한 꼬리표를 붙이기 힘든.....모든 부모님이 자신의 아이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투자를 합니다.

그냥 관성으로 아이들은 영어학원에 갑니다.

영어공부를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맞벌이 부부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려고 저녁에 집에서 온 가족이 상봉하는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왕 학원을 보내느니, 영어학원이 국어학원, 사회학원보다 더 듣기도 보기도 좋죠.

 

 

학교 영어공교육은 초3에 시작됩니다.

일부 극성 엄마들이 영어유치원에 매월 100만원 이상을 투자하지만, 초등 입학과 동시에 학교에서는 영어교육이 금지됩니다.

초1~초3인 학생은 영어유치원에서 배운 영어를 다 까먹기 일쑤이죠.

며칠전,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몰래 영어교육을 하다가 교육부에 적발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웃었습니다.

한 지인은 서울 강남 영어유치원 옆에 영어유치원을 졸업한 초등학생 1~2학년을 상대로 영어유치원 졸업생 전문 영어전문학원을 구상 중에 있다고 하더라구요.

대한민국 영어사교육은 이렇게 시작이 됩니다.

우리 아이가 명문대를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되는 중 2~3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영어유치원을 못다닐 망정, 적어도 초3부터 이 때까지는 영어학원을 화장실 드나들 듯이 다니는 것이 대한민국 영어사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이죠.

수능영어가 상대평가여서 영어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수능영어 절대평가? pass or fail 제도로도 영어사교육 못잡을 듯

이런 이유로 수능영어 절대평가로는 영어사교육을 잡을 수 없습니다.

수능영어의 수준을 더 낮출 수도 있습니다.

60점 이상이면 pass..... 그 이하이면 fail....이렇게 영어실력을 진단만 하는 제도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마 영어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부모에게 영어사교육을 시키지 말라는 이야기는 자식이 대한민국에서 살지 말라는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수능영어만 영어가 아닙니다.

대학에서는 영어로 수업하고 영어로 발표하고 영어로 보고서를 내고, 각종 입사시험에서는 토익을 넘어 영어말하기와 쓰기, 영어논술까지 보기도 합니다.

대학생들은 토익 900점을 돌파하기 위해서 응시료에 학원비에 수십, 수백만원을 낭비합니다.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40만명의 수험생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쓸모없고 지저분한(?) 영어 객관식 시험인 공무원영어를 위해서 하루 몇시간씩 몇년을 공부합니다.

회사원과 공무원은 해외연수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 영어공부에 목을 겁니다.

 

 

정부는 영어실력이 딸리는 고위공무원들이 해외연수 및 파견에 탈락하지 않도록 영어를 못하는 공무원도 해외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중이라는 소도 웃을 뉴스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영어사교육은 초중고 영어교육의 문제만이 아닌, 대한민국 앓고 있는 에볼라보다 더 무서운 중병이라는 것입니다.

영어사교육은 좀 기형적입니다.

교육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입니다.

영어에 대한 의지가 아닌....관성입니다.

마치 화장실 가는 것이 당연하듯, 엄마들의 가계부에는 영어학원 얼마.....이렇게 기입하지 않고야 불안해서 잠이 안온다는 것이죠.

옆집 영희가 다니는 학원은 우리집 철수도 다니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마 저희집 아이들도 영어학원을 다닐 지도 모릅니다.

두 아이는 몇일이 지나면 7세와 초2가 됩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이 두 아이들은 둘째의 경우 6개월에 한국으로 와서 영어 한마디 못합니다.

오히려 사투리가 작렬하는 그런 삶은 살고 있죠^

아빠는 그 동안 대한민국의 사회가 그렇게 만들어줘서 고마울 정도로 어떤 영어시험에서도 좀처럼 틀리지 않는 말그대로 영어객관식 시험의 대마왕입니다.

엄마는 오랜 외국생활로 인해 힐러리 정도 영어를 구사하는 학교 영어선생이죠.

두 아이는 영어학원에 다닐 지도 모릅니다.

엄마 아빠가 낮에 돌봐줄 시간이 없기에.

학원을 돌면서 엄마와 아빠를 기다려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모의 단독결정으로 영어학원으로 실려갈 지.....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봇과학, 바둑, 주산학원으로 실려갈 지......가까운 미래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영어사교육의 주범인 영어학원을 가는 이유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공부잘하는 재수생들이 물수능의 영향으로 독학하는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만을 위해 질문만 받아주는 강사를 두고 강의없이 독서실만 있는 학원도 속속 생겨난다고 합니다.

수능영어를 어느 정도 잘하는 학생들의 영어사교육은 분명 줄어듭니다.

그러나....학교 선생님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10개만 더 맞으면 그냥 1등급이야....명문대 입학 등 너희들 인생의 새장이 열릴 수도 있어...수업시간에 잘 듣고, 학원에서 가서 열심히 하고 안되면 과외라도 해라. 학교 1등급 비율을 낮추는 그런 민폐를 막아다오"

또한, 수능영어 절대평가는 분명 EBS와 연계율을 더 높일 가능성도 많습니다.

EBS 영어교재를 한글로 가르치는 학원도 있다고 합니다.

지문이 그대로 수능에 나오니....한글지문과 한글 문제로 풀어보고.....영어로 대충 이 지문이 출제되면 순식간에 답을 찾아내는 그런 영어사교육.

거의 범죄(?) 수준의 기형적 영어사교육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어교육....그 끝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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