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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인상, 한국 흡연문화는 어떻게 변할까?

71년생 권진검 2014. 12. 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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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담배 한갑에 1만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했던 몇년의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비싼 담배에 대한 흡연자들의 반응을 한번 예상해 보기로 합니다.

담뱃값인상이 거의 확정된 모양입니다.

2000원이 오른다는 것이죠.

새해에는 이젠 담배 한갑에 4500원.

제가 피우는 담배는 4700원이 됩니다.

예산안 처리, 청와대 비선논란, 공무원연금개혁논란, 무상보육과 급식에 대한 논란 등 대한민국 여러 현안에 묻혀 담뱃값인상은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서민들에게 너무 슬픈(?) 현실입니다.

 

 

군대 내 연초비 1갑에 120원, 88담배 한갑에 800원 시절(?)에 담배를 처음 입에 물었는데....참 세상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두 아이는 저를 보면 "또 담배 피워....아이구..", 이럽니다~

담배를 끊겠다고 한 못난 아빠는 아마도 담뱃값인상의 큰 충격에 새해부터는 아이들과의 금연약속을 바로 실행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담뱃값인상은 한국 흡연문화 그리고 흡연자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는 담뱃값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척 비싼 외국의 사례를 보면 능히 짐직할 수 있을 것을 판단됩니다.

 

 

담뱃값인상, 서민들은 딜레마에 빠지다.

정부는 담뱃값을 인상하면,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금을 많이 걷는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논리입니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와 의료비 증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만, 과연 담뱃값이 인상되면 많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을까요?

이건 바로 제 자신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돈....때문에 과연 담배를 끊을까......제가 금연을 하게 되면 아마도 월 15만원에 달하는 담뱃값에 대한 부담 때문에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경험으로 볼 때에는 조금 회의적이기도 합니다.

캐나다이민 한인사회에서의 담배문화를 들여다보면 그렇다는 것이죠.

캐나다에서 담배는 한갑에 7~10달러 수준으로 미국보다 조금 비싸고 한국보다는 3배 정도 비쌌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매일 담배값이 변하고, 가게마다 담뱃값이 다르다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어느 주유소에서는 2갑을 사면 많이 깍아줘서 그쪽에서 집중적으로 담배를 구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비싼 캐나다 담배...제 주위에서는 담뱃값이 비싸서 금연을 한 사람을 한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몇년 전, 몇 달 전.....분명 2500원짜리 한국 담배를 피우다....갑자기 만원 수준의 캐나다 담배를 피우는데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담배를 구매해서 피워댄다는 것이죠.

굳이 담배를 끊는 사람들은 경제적 부담이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담배를 끊는 것을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 비싼 담뱃값을 어떻게 감당하느냐?

다른 것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거나, 허리띠를 졸라 맨다는 것입니다.

매일 사서 피워야 하는 담배는 습관이기에 매일 사고......통장에 돈이 모자라면 쓸데없는 쇼핑을 안하거나 외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한달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죠.

의식적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비싼 담배값에 대한 소비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내년 한국에서 담배가 4500원이 되면, 많은 흡연자분들이 담배를 돈 때문에 끊을까요?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돈 때문에 담배를 끊지 않을 것이라고 것이 애연가와 담배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정부에 대한 반론의 핵심입니다.

서민들만 죽어난다는 바로 그 논리라는 것입니다.

이는, 담뱃값이 올라도 우린 계속 담배를 피워야 산다는 논리를 그 전제 바탕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약 내년부터 과감하게 금연에 돌입한다면, 그것은 좀 더 건강하게 살자는 마음가짐이 7할, 그 덕에 돈도 굳는다는 마음이 3할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담뱃값 4500원, 담배량을 반으로 줄이자?

만약 담배값이 두배 이상 오른다면, 경제적 타격을 방지하기 위해서 담배피우는 양을 반으로 줄이면 어떨까?

죽어도 안됩니다~

한갑에 1만원에 육박하는 캐나다 담배를 피우던 시절.

저도 한국의 담뱃갑과 비교하면서 이런 어리석은(?)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습니다.

많이 벌지 못하는 한국 이민자들에게 담배값은 큰 부담이 되었었죠.

마음뿐.....한갑 피우던 사람은 매일 한값씩 피우고....두갑 피우는 사람 그대로 두갑 피우게 됩니다~

담배값이 대폭 인상된다고....금연을 절대 불가...양을 줄이고자 계획하시는 애연가분들.

어림없습니다~

외식비를 줄이거나..차라리 술을 줄이세요^

 

 

유난히 담배인심이 후한 대한민국

한국에서 담배를 한개피 적선해달라고....아무에게나 말해도....상대는 내가 담배를 선물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듯이 담배를 건네줍니다.

한국의 담배인심은 너무 후덕하다는 것이죠.

담배값이 싸다는 무의식 중의 반응이기도 하겠지만, 나누어 피는 담배가 더 맛있다는 정신적, 문화적 요인이 더 큰 것은 분명합니다.

담배를 권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기본이자.....일상에서도 담배를 하나 빌리자는 말에 "싫다고" 말하는 사람은 담배인생 30년을 치닫고 있는 지금까지 단 한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담배를 니것 내것 없이 주거니 받거니 피우는 끽연자들은 오히려 이런 후한 인심도 모르고 사는 비흡연자들은 연민합니다~

얼마나 정답고, 후한 세상인데....^^

같이 피우고....빨리 죽더라도 같이 죽자~~~

 

 

그러나, 담뱃값인상으로 후한 인심은 조금씩 사그라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이상하게 한개비의 값을 지불합니다.

젊은 백인이든, 늙은 백인 할머니든 담배 한개피를 빌리고자 할 때에는 꼭 25센트 짜리 동전 두개를 내밀곤 합니다.

그 값을 지불하고 담배를 빌리자는 것이죠.

담뱃값이 비싼 이유도 있겠지만, 문화자체가 그런 탓입니다.

다같이 등산을 하고, 자기가 먹은 것만을 자기 카드로 계산하는 그런 문화.

일행 중 한명이 카드로 계산하기에 "쏘는구나" 생각했다가, 나중 자기몫만 계산한 사실을 알고 "쫀쫀한 XX" 라고 뒤에서 욕을 해준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들은 현지인들이 주는 동전을 거절하고, 그냥 담배 한개피를 건네고 고맙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담배 한개피에 그리 인식한 한민족 한겨레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자부심과 함께^

 

 

우리도 담배인심이 좀 사그라들까요?

담배값이 2000원와 4500원은 그 어감이 다릅니다.

보통 캐나다 현지인들이 약 50센트, 한화로 500원 정도를 들이미는 이유는, 담배 한값에 10달러, 20개비로 잡으면 한개비에 50센트라는 결론에 다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 담뱃값 4500원에서 비싼 담배는 5000원, 6000원까지 인상됩니다.

"담배 한개비만 빌릴 수 있을까요?" 하면......흔쾌히 주던 그런 상황은 어디로 가고......차마 거절은 못하고....'니가 사서 피우지'....하는 표정을 짓는 광경을 머리속으로 한번 그려봐야 할 듯 합니다~

한두번 빌려 피우다가도....상습적인 담배 얌체족들은(?) 대한민국에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이젠 한국 담배인심이 그리 후하진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비즈니스 등 격식있는 상황에서 먼저 자기의 비싼 담배를 권하는 사람은 꽤나 후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문화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올라가는 담배값을 보면서 가슴이 무너집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젠 담배와 안녕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설레임도 있습니다.

나이도 나이이고, 아이들도 약간의 흡연피해가 있기 때문입니다.

담배값인상이 한국 흡연문화에 분명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돈 때문에 담배를 끊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죽어도 못 끊는다면서 나라 욕하면서 계속 피우는 사람들, 저와 같이 돈와 건강의 콤보세트로 이 사태를 해결하려는 분들,

그리고 니 담배는 니가 사서 피우라는 인색한 담배문화 내지는 담배 한개피에 몇백원 짜리 동전을 give&take 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들....비싼 담배로 후한 인심을 얻는 역설적인 상황들..

일단, 새해가 돌아오면 제 자신이 어떤 결정과 행동을 하게 될 지....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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