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한국사람들과 이야기하지 말라는 기러기엄마

71년생 권진검 2012. 2. 17. 06:30
반응형




한 5년이 흘렀습니다.
당시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한국식 찜질방이 있다는 소식에 급~달려갔습니다.

약간 어설프지만, 그래도 한국식 찜질방의 흉내를 낸...대한민국에서 8000km나 떨어진 곳에서 찜질방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동(?)까지 먹었었지요^

역시 손님들은 한국사람들과....무지하게 사우나를 좋아한다는 러시아 사람들...동유럽 사람들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 속에 너무나 반가운 한국 아이들 두명.
반가운 마음에 몇마디 건넸지만........이내 민망할 정도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영어공부로 조기유학 온 두 형제




형제로 보이는 두 아이.....한명은 초등학교 3학년정도...한명은 6학년 정도로 보였습니다.
반가운 한국아이들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러 왔니?"

동생이 대답합니다.
"네"

대화는 계속됩니다.
"여기 찜질방 누구랑 왔니?"

역시 동생이 대답합니다.
"엄마랑이요"

마지막 대화......."엄마랑 영어공부하러 왔구나"
"네"

동생이 명랑하게 대답합니다. 나름 한국사람을 만나서 그래도 반가운 모양입니다.


이때, 형이 동생에게 이런 말을...




6학년 정도로 보이는 형이 동생은 쏘아보며 한마디 합니다.
대화 상대인 저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야, 엄마가 한국사람이랑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잖아!!!"

순간....펜티엄급 컴퓨터처럼 제 머리속에는 모든 것이 정리되고 있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몇년 살다보니...한국사람들과 몇마디 대화해 보아도 어떤 상황인지 빠삭해지더라구요^^

갑자기 그 아이들의 엄마 얼굴이 보고 싶어졌고....휴식공간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름 영어교육에 일가견이 있었던 기러기엄마


아이들 엄마는 싸늘해 보이는 40대 여성이었습니다.
안좋은 선입견에 보니 별로 인상이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북미에서 흔히 만나는......기러기엄마였습니다.
아이들의 영어실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아이들만 데리고 비행기타고 넘어온 전형적인 한국엄마죠.

아이들의 영어실력 향상에 현지에서의 한국사람들과의 접촉, 한국말을 사용하는 것이 조기유학에 독이 된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마치 영어몰입교육의 대단한 신념이라도 있는 것 같은 그 엄마의 아이들 훈육에.....실소를 금치 못하였습니다^^


5년 후, 지금....



그 때 만났던 그 아이들.

형은 고등학생이 되어서 입시에 매진할테고...저와 대화를 나누었던 동생은 아마 중학생이 되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해외유학 중 절대로 한국사람과 이야기하지 말라던 그 기러기엄마.
그리고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역시...중국엄마들과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경쟁력(?).


당신은 부모입니까....아니면 학부모입니까?...




그들이 자식의 학업에 있어서 경쟁력있는 학부모일지언정.....진정한 부모는 아닌 모습이었습니다.

그 아들들이 비록 조기유학의 위력에 힘입어 명문대학을 입학할지는 몰라도....사회적으로도...국가적으로도 훌륭한 일꾼이 될까 하는 질문은 던진다면....글쎄요..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북미의 해외동포들은 자식들인 이민 2세들에게 일부러 한국말을 가르치는 않는 경우도 있답니다.

남의 나라에서 살면서.....제2외국어인(?) 한국말을 하는 것이 주류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랍니다.




미국이나 캐나다..멋진 직장에서 면접 때 이런 당황스러운 일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당신은 혈통이 한국사람인데....왜 한국어를 잘하지 못합니까?"
"당신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죠?"
반응형